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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mory story

잠드는 것이 무서웠다..

by 다희풀잎 2010. 10. 22.



초등학교 1학년때 엄마가 세상을 떠나시고 난 후,
난  잠드는 것이  무서웠다..
마치 잠 들면 나도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까봐
두려웠던게 아니였을까 싶다....

 

그때부터 캄캄한 밤에 잠드는게 어려웠다.
늘 아침이 올때까지 형광등불을 켜 놓고 있었다..
아마도 그 즈음부터 밤과 친해지기 시작한것 같다..
잠을 잊어간것도 .....
전등불을 꺼지 못하고 환하게 밝혀 놓고,
잠드는 습관은 남편을 만나 결혼할때까지
이어졌다.



언니와 오빠들은 다른도시로 학업때문에 모두 떠나 있었고,
나의 외로움은 깊어만 갔다..

늦은 밤까지 친구들과 언니오빠에게 편지쓰기를 즐겼고.
늘 곁에 있는 라디오를 들으며 나는 밤과 점점 친해졌다..


한창 잠을 많이 자야 할 시기에 나는 서너시간의 잠만 잤다..
그래서 키가 자라지 못하고 아직 초등학생 평균키를 하고 있는지도..^^

미술대학에 입학 하면서,
낮보다 밤에 하는 작업시간들이 집중도 잘 되고
무엇보다 고요한 시간이 좋았다.

졸업 후 입시학원을 하게 되면서,
입시생들 지도 하고 늦게 퇴근을 하다보니,
나는 여전히 잠 자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들은 나보다 더 잠이 없어,
몇시간 자지도 않는 내 잠시간을 빼앗아갔다...


 

 

 




20년 가까이 운영한 학원을 그만 두고 ,
전업 주부가 되면서는 더 잠이 줄었다...

아이들 모두 잠든 밤 시간에 나는 책을 읽고,
이것저것 일을 찾아 하게 되면서
이틀에 한번 꼴로 잠을 자게 되었다..

불면증으로 인해 고민하는 일은 없었다..
밤을 즐겼다.
낮보다 밤에 듣는 음악이,
야참이,
책이,
생각들이..
모두 더 좋았다...

행복해 했다...

나의 정신은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는 시간이 넘 좋았지만,
몸은 그렇지가 않았다..
며칠씩 제대로 잠을 못 잔 날은 두통때문에,
며칠에 한번씩은 신경안정제의 힘을 빌릴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밤을,  홀로 깨어있는 그 시간을 나는  사랑했다..




 

 
 
이번 3월...
마당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40년 가까이 잊고 산 잠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매일 새벽 4-5까지 깨어있다가,
잠을 자던 나는 이젠 밤 10시 넘기기가 힘들어졌다..

어느때는 저녁 8시가 넘기가 무섭게  마치 마취가 된것처럼
잠에 빠져들었다...

마당에서 나무심고, 꽃씨심고,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풀을 뽑고 나면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나는 오랫동안 땀이 잘 나지 않았다.
여름에도...
찜질방 가서도 남들은 비오듯 흘리는 흔한 땀이 나는 잘 나지 않았다..
땀 흘리고  샤워하고 나면 얼마나 개운한지 아는
내게는 땀이 왜 그리 귀한지...

그런데 마당에서 일하면서 달라진것이다..
옷을 흠뻑 적시도록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잠이 넘 잘오는 것...
좋아하던 야참을 끊고,
가끔씩 먹던 신경안정제도 끊었다...


 


정성 들여 나무들을,꽃들을 키워가는 이 일들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었다.
울퉁불퉁한 땅이
평평하게 일궈진 땅을 보면서 흐뭇해하며 기뻐한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아무것도 아닌 현실이,
직접 땀 흘려 얻은 결과물이기 때문에 더 의미 있고 기뻤던 것이겠지.
땀 흘려 얻는 노동의 결실이 주는 기쁨이다.

마당에서의 일을 끝내고,
집으로 들아갈 때의 얼굴 빛은 마치 소풍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 같다.
힘들었던 하루지만 마음은 넘 즐거워
노동 후에 누리는 기쁨과 행복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노동하는 즐거움이 있어야 인생을 사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지
노동 없이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하지 않고도
편하게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지금은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그 결과물로 언젠가는 일하지 않고도 편하게 먹고 살 수 있는 날을 꿈꾼다.

하지만 일하지 않고도 편하게 먹고 살 수 있는 그 날이 왔을 때,
일하지 않고 살면서 정말 행복을 느낄까?
오히려 그 날을 꿈꾸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몸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오늘 이 순간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몸도,마음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한가지만 빼 놓고...

열심히 일을 하고,
땀 흘리고,
잠 잘자고,
야참까지 끊었는데도,,,,
살은 그자리에 가만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