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을 떠 올려보다보면,
꼭 기억에 남는 선생님 몇분은 계신다..
예전 프로그램중,,
'신고합니다'..라는 프로를 보다가,
낯익은 얼굴이 보여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더니,
고등학교때 교련 선생님이셨다..
반가운 마음보다...요즘은 조금 관대해지셨나 궁금..^^
'교련'이라는 과목이 줄 맞춰 걷는 연습이나,
붕대로 응급처치하는걸 배우다 보니,
항상 수업시간 3분의 1정도는 휴식시간이였다..
고1까지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은 늘 웃는 표정에 아이들 마음을
잘 헤아려주어 분위기가 항상 좋았다..
고 2가 되어 학기 중간쯤에...
'신고합니다'에 나오신 그 선생님이 전근을 오셨다..
옷차림부터 군복을 연상케 하는 셔츠를 바지 속에 넣고, 옷차림에서 부터 긴장..
걷는 걸음걸이며 말투가 완전 군인..
여자임에 들리는 소문은 공수부대 중위 출신이라고 했다..
그전에 가르치던 남자 교련 선생님은 중사 출신...
가끔 서로 좋지 않은 일로 부딪히는 풍경을 보여줬지만,
남자 교련선생님께서 많이 이해하시고 넘어가시는것 같았다..
여자 교련선생님과 첫 수업시간..
한시간 동안 침묵하며,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고,
시선은 45도 각도로 고정
선생님은 책상 사이로 또박또박 걷는 소리만 들렸다.
자세가 조금이라도 허트려지면,
봉으로 어깨나,등을 탁탁 치셨다..
그때 우리는 결코 쉽지 않은 교련수업이 될것이라는걸 예상했었다..
그 다음날 부터 학교 생활은 공포 수준...
속치마 검사,
옷깃 검사, 실내화, 양말청결 검사,
바지도 조금이라도 달라붙으면 입고 있는 학생의 바지를
그 자리에서 찢어버리고,
붕대감기 시간 초과하면 긴 봉으로 맞고,
교련 시간 몇십분은 늘 나무 돌고 오기 선착순...
늦게 들어오면 또 돌고, 돌고,
끔찍했던건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성당에서 또 만나야 했으니...
노처녀 여교련선생님을 먼곳에서 발견이라도 하면
어디로 도망가야 하나 살펴야 했다...
지은 죄도 없이 우리는 늘 도망다녀야 했다..
졸업할때까지 어느 누구도 그 선생님께 수십대 안 맞은 학생은 없었다..
어떤식으로던 걸리게 되어 있었다.
*^^*
1미터 정도 되는 막대기로
실내화 지저분 하면 발등 막 때리고,
옷깃 조금이라도 깨끗하지 않으면 깃 떼어버리고, 목 맞고
속치마 검사해서 안 입고 온게 들통나면 허벅지 맞고...^^
불시에 검사하러 온다는 소문이 나면 깨끗한 실내화 다른 반으로
빌리러 가고,
속치마 구한다고 난리도 아니였다..
어느날...학교에 헌혈차가 왔다...
ㅎㅎㅎㅎㅎㅎㅎㅎ
교련 수업 안받을려고 모두 헌혈하러 갔다면 믿으실래나...
우리 모두 교련시간보다 헌혈차를 사랑했다..^^
성당에서 여름 방학이 되면 초,중,고,모두 3박4일일정으로
산간학교에 참석을 하여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행사가 있었는데,
하계수양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우리들에게 웬 날벼락..
교련 선생님이 지도 교사로 참석한다는게 아닌가
우리학교 여고생들은 모두 불참에 손을 들었더니,
신부님께서 이유를 물었다.
모두 그 선생님 무서워서 못간다고 하자
신부님께서 그럼 그 선생님은 빼겠다고 하셨다.
우린 신부님 말씀을 믿고 산간학교 참석을 했는데..
그날 오후 교련 선생님 등장....
우리는 모두 얼굴이 하얗게 사색이 되었다..
그날 밤부터...안자고 떠든다고 야간에 운동장 돌기,
제 시간에 기상 안한다고 선착순 나무돌고 오기...
.
.
.
.
우리에게 하계수양회는 극기 훈련장으로 바뀌고 말았다..
고통속에 3박4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그동안 사랑의 눈길로 바라봐왔던 신부님을 향한 눈빛이
모두..차가운 얼음눈빛으로...
나쁜 신부님...이럴수가...^^
우리를 속이다니....
그후 그 선생님은 포항 모 여고로 전근을 가셨는데..
혹시 블로그 지기중에 80년대 초반 포항에서 여고시절을 보냈다면,
이 이야기 듣고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곳에서도 아주 유명했다고 한다..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그 학교에선 기숙사 사감까지 맡아서..
거의 공포분위기였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세월이 얼마나 많이 흘렀나...
강산이 몇번 바뀌었는데...
그래서인지..티비속에 비춰진 교련선생님은
아름다운 여성으로 바뀌어 있었다..
머리도 긴퍼머를 하고, 긴 치마까지 입고 웃고 계시는 모습도 귀여워보였다..
그때의 무시무시한 선생님과의 학교 생활도
이제는 웃음으로 떠올릴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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