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5. 12
남편이 농사를 짓는다며,
갑자기 시골로 내려간다는 말을
작년 3월에 했다.
하고 있는 사업이 자리를 잡아서
잘되는 편에 속했고, 그 안락함에 젖어 살때이니,
처음 그말을 남편에게 들었을땐
내 귀를 의심 했다.
남편 성격이 내성적이고,
나무나 ,꽃키우고, 묵묵하게 일하는걸
좋아하는줄 알았지만, 아이들은 자꾸만
성장해 가는데,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남편이 원하는 일이기에,
그렇게 하라며 동조 했다.
그후
내가 보기에도 남편의 표정은 달라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몇주에 한번씩 남편 농장엘 가면
아이들도 땅을 밟으며 뛰어다니고,
5000평 정도의 들에 심어진 각종 야채며
나무들을 보며 나도 마음이 여유로워 짐을 느꼈다.
농사를 짓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우리네 먹거리를 친분이 있는분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마음도 한몫을 했다.
멋진 자태를뽑내며 은은히 풍겨주는 향내도
즐거움의 일부분이였고...
그런데
웬비가 그리 자주 내리던지...
김장할때를 생각하며 즐거움에 젖어 바라본
고추들은 병이들어서
다뽑아 버렸다..
참깨는 말리는 과정에서 비때문에 다 썩고 말았다.
다른 여러가지 야채들도 엉망진창 이였다.
남편역시 농사짓는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였기에
농사라곤 모르는 초보...
비가와도 남편은 가꿔주고 돌봐주었지만,
태풍과 잦은비에 여러가지 과일 나무들과 야채들은
감당을 못하고 거의 다 병이 들었다.
남편이 정성을 다해서 보살폈는데도,
성과가 없이,
참! ~~~~배추 농사와 무우 농사는 잘 지어서
그것으로
김장을 했다. 사서 담은 김장이 아닌
남편의 땀으로 거둔 야채들이라 그런지 더 맛도 있고,
좋았다.
다시 새로운 봄이 왔다.
길섶에 어느덧 봄이 앉아 있다.
훌쩍 피었다가 떨어진 들꽃들도
들판에 옹기종기 모여서 피어난다.
남편도 트랙터로 흙을 뒤섞어 갈고
여러가지 씨들을 심었다.
올핸 비가 적당하게 내려주어
남편이 정성스럽게 심은 야채들이
별 탈없이 자라서
우리 가족과,ㅎㅎㅎㅎ 우리의 야채를 기다리는
여러 가족들에게 기쁨을 선사 했으면 좋겠다...
(남편 농장..가족들...감나무 200그루..호두나무,
대추나무, 배나무, 사과나무, 뽕나무,딸기. 참외 수박
토란, 배추,파, 감자, 부추, 삼동추, 부추, 오이,
방울토마토,열무, 우엉, 고추, 옥수수, 양파, 마늘....등등)
2005. 6. 8
오늘 부터 남편 농장에서 감자를 캤다.
초보 농사군이기에,
감자를 언제 캐야하나 시기부터고민 하기 시작하다가,
계속 비가 와서 미루다가 , 오늘 캘려고 보니,
감자 가격은 벌써 많이 떨어져 있었다.
더 이상 미룰수 없었다.
내일부터 장마라고 하지 않는가?
난생 처음 감자 캐기에 도전할려고 했지만,
빈혈이 심해서, 앉았다 일어서니, 어질..^^
결국 밥해서 나르는 조에 들어갔다.
20여명이 감자를 캐기에 하루만에 다 캐는줄 알았다.헉,,,^^
이틀을 더 캐야할것 같다....
밤 8시까지 작업을 했는데도,200상자 정도에 그쳤다.
그렇게 힘든줄 몰랐다.
감자를 캐고, 크기별로 분류하고,
박스에 담고,농작물 주인 이름과,
상품의 품질을 표기하고 테이프로 마지막 작업...
나는 이리저리 다니면서 음료수, 참을 갖다 날랐지만
농사가 쉬운일이 아님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감자를 캐고난 밭에서 쪼그만 감자들이 뒹굴고 있었다.
예전엔 시장에서 사가지고,
간장에 조려서 먹었는데,
지금은 사먹은 작은 감자를 주울 틈도 없었다.
저 감자들은 그냥 버려지는구나...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제서야 농사짓는 분들의 땀의 소중함을더 느끼게 되었다.
키워 내놓는 농작물에가격이 너무 싸다는 생각도 들었다.
20여명이 메달려서 하루 거두어 들인 감자가격이300만원...
이틀 더 감자를 캐내야 한다..
전업농부 2년 내 남편 구경만 하는 부인...
이제 내 마음도 농부가 되어감을 느낀다...
2005. 10. 18
농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
남편이 잘되는 사업을 그만두고
전업농부가 된다고 했을때 왜 !더 강력하게 말리지 못햇는지
후회가 되니까...
첫해..
새로운 일을 하게 된 남편은 넘 즐겁다며 참 행복했다..
인생에 있어 돈이 전부가 아니기에
마음이 편안하고 좋다고 진작 왜 안했는지 모르겠다며
표정이 참 밝아보여서 내심 하라고 잘했구나 싶었다...
5000평 정도 되는 땅에 별의별 채소를 다심었다..
조그만 텃밭이 아니라
넓은 땅에 심어진것을 보니...난 저걸 언제 다 풀뽑고 하는가?
한숨부터 나왔다..
그해엔 비가 너무 자주 내려
밭작물은 건질게 하나도 없었다..
농사지은것 말릴려고 하면 비가와서
다 썩어버렸다..
닭을 키우는 남편에게 다 키워놓고 출하를 앞두고 있을때
태풍이 와서 손해가 막심...
초보 농삿군이니 실수 연발...
우엉은 땅을 깊이 파고 심어야 하는데 그냥 심어서
무우같은 우엉이 나와서 팔지도 못했다....
작년...감자 농사가 재미를 봤지만 그전 조류독감때문에
많은 돈을 투자한 양계장은 비워두어야했으니..
남편의 마음 고생은 시작되었다...
작년 배추는 넘 싸서 창고에서 썩어갔고..
농장의 개들만 맨날 배추국 먹었다....
올핸 감자 가격이 폭락을 해서
지금도 팔지 못하고 저온 창고에 들어 있는데
점점 썩는게 늘어 난다..
나 보고 좋은것 골라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라고 하는데,
감자 고를 시간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또 조류 독감이라니....
그 땅을 사지말고 차라리 건물을 사두었으면
꼬박꼬박 월세받아서 마음이 뿌듯할텐데...
못받아도 달달이 몇백 월세 수입은 나올텐데....
오히려 고생은 진탕하고 벌어들이는 것은 없으니....
남편의 수고로움은 늘 바람처럼 날아가는것 같아
웬지 남편보면 마음이 짠했다..
정말 열심히 한눈 팔지 않고 성실하게 일을 하는데도
도와주질 않는다....
농사짓는분들의 마음 고생이 어떨지...
남편 전업농부 몇개월만에 알았다....
몇 십년동안 농사지으며 사신분들..
정말 존경스럽다...
2006.6.18
해마다 감자가격이 떨어져서,
감자농사 짓는분들..고생만 하고,
올해...수고만 했다....
감자 수확을 하는 날..
아침 6시에 부터
아침,참, 점심, 참, 저녁하고 나니..
하루가 지나갔다..
해마다 감자 크기가 줄어 들어,
3년중 올해가 가장 엉망이다..
일하는분들은 부족하고, 해야할 일은 많고,
시간이 되니 일하시는 분들은 일을 마치고 돌아가버렸는데,
아직 밭에 남아 있는 감자들을 보니 기가 막혔다..
다 줍지 못하면,
다 버려야할것들...
내일 햇빛을 보면 파랗게 변해 상품가치가 없어지니
어쩔수 없이 그냥 버려지는것이다...
남편이 농사를 짓기전까지는 그냥 감자를 사먹고,
손질하기 힘들다고 제일 큰 감자만 사먹다가,
막상 밭에 나뒹굴고 있는 작은 감자를 보니, 넘 속 상했다...
주변에 아는 분들이라도 있으면,
와서 그냥 주워가라고도 하고 싶은데,
아는 이도 없으니.......
큰 아이와 함께 캄캄해져가는 밭에서
십여상자를 담았다..
그냥 버리기엔 넘 아까워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래도 밭에는 수십상자의 분량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평상시 잘 가는 식당에 맛보라며 몇상자 주고,
학원 건물 주인...
막내 친구들 집...
아파트 경비아저씨..
아랫집...
이렇게 드리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
...
남편이 농사를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넘 힘든 직업이다...
2006 .11.2
우리 농장엔 여러가지 과일 나무들이 함께 산다,,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감나무를 비롯해서
석류,자두, 앵두, 매실,은행, 호두, 대추, 모과,등..
다양한 나무들이 가족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나무들을 심은 까닭은 다양한 과일을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나무들이 다양하니 갖가지 꽃들이 저마다 멋진 자태를 뽐내며
은은히 풍겨주는 향내가 커다란 즐거움을 준다..
아직은 조성한지 얼마되지 않은 농장이여서 많이 달리진 않지만..
몇년만 더 지나면 제법 과수원 다운 모습을 갖출것이다..
과일 나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건 정말 즐겁다..
눈많고 추웠던 겨울을 꿋꿋이 이겨내고
봄과 더불어 저마다의 꽃망울을 터뜨리며누군가 보아주기를
기다리고,,
여름엔 푸른 잎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울엔 풍성한 열매를 우리에게 준다...
가을이 되면 나도 할일이 많아진다..
석류는 따서 술도 담고, 설탕에 머무려 냉장고에 넣어두고,
차로 마실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고,
대추도 따서 말려야하고...
감은 생각날때마다 꺼내어 먹을수 있도록
깨끗하게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아이스크림이 생각날때 하나씩 꺼내어 스푼으로 떠먹으면..
흠....그맛이란....
여름엔 앵두를 따서 술도 만들어 놓았고, 잼도 만들어 놓았다..
도시에선 돈을 가지고 나가서 먹거리를 장만해서 오지만,
농장에선
문을 열고 밭에 나가면..
수십가지 반찬은 거뜬하게 만들수 있는 각종 야채들이 무한정 있다..
이 계절에 내가 좋아하는것은..
토란과 풋고추 붉은 고추를 잔뜩 넣고 끓여내는
토란국이다...
예전부터 자주 끓여주었더니..우리가족 모두 참 좋아한다..
딴 싸리버섯(마지막 봉지)을 넣고,
토란과 풋고추 와 함께 끓여내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아무도 주지않고...혼자만 먹고 싶은 맛이다..
아까워서....*^^*
주말 아이들과 농장에 가서
그득하게 채워진 밭을 보면...
마음이 풍요롭다..
아이들도 신나게 뛰어논다...
남편도 행복하다 한다..
땅은 사람들에게 마음이 부자가 되게 해준다...
2007.11.11
몇개월전 농사짓던 땅이 팔려서,
다른 땅을 찾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 농사 지어 놓은것은 아직은 우리의 것이여서,
요즘 매주 마다 농장에 가서
남편이 정성껏 심어 놓은 각종 농삿물들을 수확하고 있다..
작년 파 심었던 땅에다가
생강을 심었는데....^^올해 파는 비싸고, 생강은 완전 헐값이다..
남편이 심는것 마다..가격 폭락..
덕분에 우리가족은 각종 야채 원없이 먹었고,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도 야채가 주식이였다..
그런데..남편이 정성껏 가꾸어 수확한 농삿물을 먹은 우리가족의
건강은 놀랄만큼 좋아졌다..
아이들은 감기를 달고 살았고,
나는 한번 누웠다 하면 열흘도 좋다며
앓기일쑤였는데,,,
웬만해선 몸살나서 눕는일도 잘 없고,
아이들은 감기 걸려도 금방 털고 일어났다..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이번 주말 내다팔 마지막 농삿물 생강과 검은콩 수확을 마쳤다..
이제 남아 있는건 우리가 겨우내 먹을
김장재료 무우와 배추만 남아있다..
그동안 5000평의 땅에 혼자 농사를 짓느라 남편이 넘 고생 많았다..
농장과 집이 다른도시에 있었고
또 나는 학원일 한다고 자주 도와주지도 못했다..
요즘 집을 지을수 있고, 조그만 텃밭정도 할수 있는 땅을 보러 다닌다..
남편은 농사짓는게 재미있고, 적성에도 맞는다니..
그 일을 계속해야할것 같고,
나는 집옆에 조그만 도자기 공방하나 만들어서,
운영할 생각인데...
계획했던 일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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