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방 유목민의 종착역
내 손으로 완성한 ‘취향 저격’ 숏 스트랩 백
그동안 참 많은 가방을 거쳐왔다.
옷보다 가방에 더 마음이 갔던 것은 아마도
패션의 마침표가 가방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리라.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특별한 날이면 스스로에게 선물했던 수많은 가방들.
나이가 들어 이제는 딸들에게 물려주고
몇 점만 남기고 나눔
그래도 여전히 나는 ‘가방’이라는 단어에 설렌다.
내 취향은 생각보다 확고하다.
주렁주렁 달린 연결 고리나 장식은 딱 질색.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스트랩이 가방에 직접 연결되거나,
아주 단순한 사각 고리 하나 정도만 있는 디자인을 선호한다.
좁은 어깨 탓에 어깨에 걸치는
길게 늘어지는 백은 자꾸 흘러내려 불편했다.
항상 크로스백,숏스트랩 가방
나는 마트 쇼핑백 끈조차 길게 느껴져 짧게 묶어서 들고 다닐 만큼
'숏 스트랩' 예찬론자였다.(키가 작아서 거짓말 조금 하면 땅에 끌고 다닐정도 ^^)

1. ‘조금만 더’가 모여 만든 나만의 가방
매번 가방을 사며
“조금만 더 컸으면”, “조금만 더 짧았으면” 하고 아쉬워하던 차에,
결국 직접 만들기로 ^^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고른 체크 원단은 생각보다 두꺼웠고,
가방에 튼튼한 연결 고리를 달려고 애쓰다 그만 가정용 미싱의 바늘을 부러뜨리고 말았다.
"미싱아, 그동안 너무 고생시켰구나."
미안한 마음을 담아 꼼꼼히 분해 청소도 해주었다.


그런데도
"저는 영원히 쉬어야 겠습니다."
음.

우연히 잘못 주문해 오랫동안 방치했던 루이뷔통 스피디 30
이너백이 이번 프로젝트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너백에 맞춰 재단하고, 나만의 라벨까지 붙이니 세상에 하나뿐인 가방이 탄생했다.
가방 가격보다 이너백 가격이 두 배는 비싸지만,
사이즈가 딱 맞는 쾌감이란!

2. 가방의 완성은 스트랩
가방의 핵심은 결국 스트랩이다.
10년도 더 전, 카메라 가방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들고 다니다가
혹시나 해서 떼어두었던 끈을 드디어 꺼냈다.
양쪽을 정성껏 실로 꿰매어 가방에 달아주니 비로소 완성이 되었다.
최근 도착한 천연가죽 숏 스트랩(35cm)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솔트레지로 깔끔하게 연결하니 고급스러움이 더해진다.
원단 값은 저렴해도 스트랩이 좋으니 가방 전체가 살아난다.
이렇게 내 취향이 100% 반영된 가방이 3개나 생겼으니,
이제 더 이상 가방 검색창을 기웃거릴 일은 없다.

천연가죽 여러 길이 스트랩. 모두 다 솔트레지로 연결하는 것들만


이런 고리들은 내 취향이 아니다.

스트랩 바꿔 끼우는 연결 고리도 이런 형식이 좋다.
그런데 이런 형식의 가방은 찾기 쉽지 않다.
사이즈,가죽 질감,스트랩,등등을 고려하면..
조금 불편해도 나는 이런 가방류를 구입하는 편이다.

오래전 너무 편해서 카메라 가방만 주야장천 들도 다녔더니
너무 심하게 낡고 떨어져서 처리. 그때 이 가방끈만 떼어 놓았다.
언젠가 사용할 날이 오겠지 하면서
그랬던 것이 10년도 더 전의 일.

솔트 레지로 연결하거나,
그냥 실로 꿰맨 디자인의 가방을 선호
오늘에서야 잘라서 가방끈으로 활용.
연결을 양쪽으로 실로 꿰매었다.

수선 인생 수십 년
옷마다 미묘한 색상 차이로 재봉실과 북실들.



처음에 편리한 재봉실통이 있구나 반가워하며 4통이나 주문했는데
왼쪽
실용적이지 못했다.
높이가 낮아서 , 오른쪽 통을 내가 만듦.
플라스틱 통에 일일이 빨대 잘라 글루건으로 붙여 실 통으로 사용 중.
중간에 내가 붙인 하트 빨대들이 보인다.

오늘에서야 주문한 천연가죽 스트랩 도착 35cm 길이.
내가 그토록 원했던 숏 스트랩.

솔트레지에 끼워 놓으니 너무 이쁜~~~

낡았지만 너를 보내고 싶지 않다.^^
이름 있는 가방이라고 좋아한 게 아니라
가볍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가방 가죽 손잡이가 좋아서였다.
같은 디자인을 두 개나 구입 사용 했을 만치....

이 가방도 원래는 크로스 백
과감하게 크로스 떼어내고
내 취향의 짧은 길이 손잡이로 바꿈
오래되어 더 정이 가는~~

이제 마음에 드는 가방이 있을까?
검색할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방을 3개나 만들었으니
돌려가며 사용하면 될 일~~

원단은 가방 하나당 4,000원 정도인데
가방 스트랩 가격이 훨씬 비쌈..
스트랩 때문에 고급져 보인다.^^

이제 나는 가방 구입 할 일은 더 이상 없다!

짧은 숏 스트랩을 좋아했냐면
아마 내 키의 영향도 있는듯하다.^^
수선 인생, 그 끝과 시작
오늘, 오래 함께했던 재봉틀을 떠나보냈다.
팔꿈치와 손목이 예전 같지 않아
“이 미싱이 고장 나면 이제 바느질 인생도 끝이다”라고 다짐했건만,
절친은 오히려 잘 된 일이라며 응원해 준다.
사실 수선비 생각하면 직접 하는 게 경제적이라기보다,
내 손으로 내 취향을 만들어가는 그 ‘재미’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삐뚤빼뚤 해도
직접 만든 실 통에 담긴 알록달록한 재봉실들,
빨대를 잘라 만든 나만의 실 보관함까지.
비록 손목은 조금 아파도, 내 마음에 쏙 드는 가방을 들고 나가는 발걸음은
늘 가볍다.
이제 나는 가방 쇼핑을 졸업한다.
내 키에 딱 맞는 길이,
내 어깨에 착 감기는 숏 스트랩,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닮은 이 가방들과 함께라면 충분하니까.

새 재봉틀 주문 완료.
블친님들은
가방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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