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개집보수로 농장에 가고,
큰 아이는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막내와 나는 일요일인 오늘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 티비앞에 앉아 궁리를 하고 있는데,
막내가
"엄마 내일 엄마 생일인데, 언니도 늦게 오고
오늘은 가만 있으세요. 제가 하루 봉사할께요."하며 윙크를 하는게 아닌가..
어떻게 봉사하나 가만 보고 있엇더니
여기저기 다니며 쓸고 닦더니...
요리솜씨도 뽐을 내겠다나...
막내를 바라보면 빨간머리앤이 생각난다..
상상력이 풍부해서 항상 이야기를 쏟아놓는것이 주근깨까지..
유치원 다닐때부터 나는 막내의 이야기 듣기를 좋아했다..
비디오나 동화읽은것을 자기나름으로 바꿔서 들려주는데,
넘 기발해서 웃음이 연신 나온다..
콩쥐 팥쥐 이야기에 심청이 이야기도 섞고, 뒤죽박죽..
주방에서서 뭘하나 보니 마늘 까면서도 마늘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니?"
"그냥 만들면 심심하잖아요"
"마늘아 너희들 어떻하니? 오늘 수술해야 해."
"자~ 옷을 벗자."
"아프지 않게 언니가 살살 벗길께."
다 깐 마늘을 접시에 담더니
"진정실에서 잠시 누워있어." ^&^
하는 말을 뒤에서 듣고 있을려니..개그가 따로 없다..
메뉴가 뭐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좋아하는 라볶이 란다..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메추리알을 한판 40개나 삶아 까놓더니,
후라이팬에 물 붓고 바로 라면,어묵,메추리알,김치,떡을 넣더니
그냥 끓인다. 순서도 없이..
그러면서
"엄마 패밀리가 떴다에 보면 맛 없으면 스프 무조건 막 넣잖아.
그렇게 하면 맛있다니까 나도 스프 넣어야지~"
아이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데,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 나이 일곱살때...늘 몸이 좋지 않아 누워만 계시는 엄마 드시라고,
양은 냄비에 물과 김치만 넣어 끓여 엄마께 드린적이 있었다..
물과 김치만 넣고 끓였으니 무슨 맛이 있었을까만..
내가 끓여준 김치국을 드시며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칭찬해주시며
눈물을 훔치시던 내 엄마 생각이 났다..
늦둥이로 태어난 내게 사랑으로 키워주실려고 했지만,
건강때문에 돌아가실 때 까지 나와는 같이 있는 시간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
일찍 돌아가신 엄마때문에..
엄마의 사랑을 언니들에게 받고 자랐다.
막내로 태어나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그랬는지..
왠지 나는 큰 아이보다 막내에게 더 눈길이 가고,
둘다 내가 낳아 키우지만 막내에게 정이 조금 더 가는게 사실이다..
고등학생인 큰 아이는 새벽에 나가 늦은 밤에 돌아오고,
일요일은 친구 만난다며 외출하니 이야기 나눌 시간도 부족한데
"큰 아이 하나만 낳고 저 녀석 없었으면 나는 무슨 재미가 있을까? "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이가 학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곤 어디를 가건 거의 내가 데리고 다닌다.
같이 다니면 심심하지도 않고 재미가 쏠쏠하다
불 앞에서 라볶이 만든다고 노력하느라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쨘! 왕비마마 드시와요."
"민이가 만들어 준것 아까워서 어떻게 먹지!"
접시에 담아온 라볶이의 맛을 보니..
먹을만하다..
벌써 이렇게 자라서 맛 보라며 음식을 만들어 주다니..
더 자라면 내 품을 떠날텐데..
이기적인 엄마는 더 이상 자라지 말고 이렇게 딱 멈춰서 내 곁에서 오래있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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