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학교근처에 목욕탕이 있다.
가까이에 있어 목욕탕에 들렀다가 직장으로 바로 가는데
어제 목욕탕 옷장 뒷쪽에 놓여있는 목욕바구니들을 보니 잊고 있던 새엄마 생각이 났다.
이 바구니들의 주인들은 매일 거의 들리는 사람들의 바구니들...
나는 저곳에 두지 않고 목욕바구니를 차에 실고 다닌다.
초등학교 1학년때 엄마가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얼마지나지않아 집에 새엄마가 오셨다.
그땐 어려서 뭐가 뭔지도 몰랐는데 20대가 넘어서야 새엄마가 어떻게 우리집에 오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길가던 사람들도 한번은 돌아보게 하는 미인이였으며 날씬한 몸매,
점하나 없는 백옥같이 하얀피부를 가진 처녀가 뭐가 부족해서
자식이 열둘이나 있는 집으로 오셨을까?
사람들은 아버지의 재력을 보고 왔다고 뒷말들을 했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실때까지 정말이지 지극정성
아버지가 어디출장이라도 가신 날이면 아버지가 내리는 버스승강장에서
오실때까지 기다리고 서계셨다. 하루만에 돌아오는 일정이여도..
매일 아침마다 안방으로 물을 대야에 담아가서 얼굴이며,발,머리까지 씻겨주었다.
아버지 몸이 불편한것 아닌데,,,유별난 사랑이였다.
두사람은 연애하듯 그렇게 살았다.
새엄마는 일본에서 태어나 살다 60년대에 한국에 왔다.
내 어린시절 목욕탕이 없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목욕을 자주 하지못했다.
여름에는 마당한켠에서 씻으면 그만이지만 겨울철엔 안방이나 부엌에 큰 물통에
물을 받아 엄마가 순서대로 씻겼는데
지금 생각하면 엄마가 어떻게 씻겨주었을까 싶다.
자식들이 한둘도 아닌데....
새엄마가 집에 오고부터 우리집은 달라졌다.
새엄마는 365일 매일 목욕을 하러갔다. 한달권을 끊어서
매일 목욕탕에 가는 엄마를 아버지는 못 마땅해 하셨지만
자라서 알고보니 일본사람들이 그렇게 씻는것을 좋아한다는걸 알았다.
습한 날씨 탓이기도 하겠지만..
취미가 쓸고,닦고,씻고 하루입은 옷은 무조건 세탁.
나도 새엄마손에 이끌려 목욕탕에 갔고, 바빠 씻길 시간이 없을땐
때미는 분의 도움을 받아서 씻는게 습관이 되어
지금까지 때를 밀지 않으면 목욕을 한것 같지 않은,,기분
이제는 뭘 씻는다기보다 놀러가듯 목욕탕에 가게 된다.
아버지에게 향한 일편단심 마음이 영원할것 같았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뒤 일년도 되지않아
다른분과 재혼을 해서 우리집을 떠났다.
20년을 나의 엄마로 지낸분이기에 재혼하지말고 나와 같이 살자고
붙들었지만" 너도 언젠가는 나를 이해할수 있을거야" 라는 말을 하고
세월이 흘러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니 이해가되었다.
새엄마에게는 자기가 낳은 자식도 없었고, 내 큰 오빠와 나이차이도
몇살나지 않고, 특히 큰 올케와의 갈등을 아버지가 없는 빈자리에서는
이겨낼수가 없었던거다.
내가 수소문해서 연락처를 알아내어 가끔 전화통화를 하다가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몇년뒤 들려온 소식은 돌아가셨다는~~~~~
어린시절 내가 너무 말라서 혹시 새엄마가 뭘 못해서 내가 살이 안찐다는 뒷말을 들을까봐
내 몸 살 찌울려고 몸에 좋다는것은 다 구해먹였다.이쁜 신발,옷들도
서울 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라도 사와서 신기고 입혔다.
갈등도 있었지만 나와 언니오빠들에게도 참 잘해주었다.
요즘 뉴스에 계모들의 악행들이 자주 나온다.
남의 자식 키우는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내 자식 말 안들으면 한대 쥐어박아도 별 문제없지만,
계모가 한대 때리면 문제가 달라진다.
사는내내 아무리 잘해도 계모라는 시선을 안고 살아야한다.
나쁜 계모도 있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묵묵히 친자식처럼 키워내는 계모도 많다.
방송에서 계모들을 더 안좋게 비추는게 사실이다.
이혼하는 가정이 늘어 계부,계모의 손에서 키워지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진다.
학대하는 부모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집이 훨씬 많다.
계모,계부의 안좋은 점들만 방송에서 넘 다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가는건가?
어린시절 기억에 마음이 잠겨있는 시간들이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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