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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mory story

어제 친구가 떠났다.먼저 떠난 친구를 추억하며..

by 다희풀잎 2025. 1. 16.

 

 

어제 친구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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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성으로 만났지만
 친구라는 이름으로 소중한 존재였다.

행여라도 어긋나
남겨두고, 남겨지더라도
변심에의 불안함이 없는

같이 걷다가 소나기를 만나도
감정의 파고를 겪지 않으며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를 걸을 때
조용히 다가가 그늘 하나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친구라는 이름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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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나에게 참 잘 대해주던 남자 친구가 있었다.

그 당시는   어려운 가정형 편의 아이들이 참 많았다.

친구의 부모님은  우리가 다닌 초등학교 담에   포장마차를 붙여놓고 풀빵과  찹쌀 도넛을

만들어 팔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이였지만 친구는 성실하고 공부도 곧잘 했다.

친구에 비해 나는 유복한 가정형편으로 어려움이라고는 모르는

조금 까칠한 여자 아이였다.

우린   소중한 친구로 지냈다.

 

점심시간이면 친구는 전날 부모님이  팔다 남은 식은 풀빵과 찹쌀 도넛을 점심으로 싸가지고 왔다.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서 놀다오면  친구는 조금 더 저렴한 풀빵은 먹고

찹쌀 도넛을 나 먹으라며   내 서랍에 넣어두곤 했다.

반 친구들은 그 친구가 유독 나한테 잘하니 둘이 사귄다며 놀리기도 했지만

그런 말에 개의치 않은 나...

그 당시 2교시 마치고 중간놀이 시간이면 여자남자 손을 잡고 포크댄스를 추는 시간이

있었는데  남자여자  손  잡기 싫다고 나무작대기, 손수건을 사이에 넣고 댄스를 추었지만

나는 남자친구들과 거리낌 없이 손을 잡았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여자친구보다 남자친구와 더 가깝고 친하다.

7명이나 되는 오빠들 틈 속에서 자라 그런지  남자가 더 편하고 좋다.

소풍 갈 때도 그 친구와 손을 꼭 잡고 목적지갈 때까지 이야기를 하며 갔다.

내 짝꿍이 아니었는데도.....

어린 시절 친구는 나에게 진로문제를 상담했고,

나는 아는 것도 없으면서 어떻게 하라며 말들을 많이 해준 것 같다.

남자 같은 나..

내성적이면서도 조용한 여자 같은 남자 친구,,,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길에서 우연히 그 친구를 만나면

웬일인지 얼굴을 붉히며 도망을 가던 친구.

이름을 부르면 더 멀리 뛰어갔다...

왜 도망을 가는지 그때는 이해를 못 했다.

사춘기에 내성적인 그 친구가 부끄러워 도망갔다는 것을...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그 친구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십여 년 전..

어떻게 내 연락처를 알았는지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무 반가웠다. 친구는 한걸음에 대구에서 내가 사는 충청도까지 나를 만나러 왔다.

허리가 아파서 장시간 앉아 있을 수가 없음에도 친구는 진통제까지 먹어가며....

 

어린 시절 이야기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장학금으로 대학 공부를 마치고 당당하게 사회의 중요한 위치에서

근무 중이라는 말에 어려움을 극복한 친구가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그해여름 친구가 가족들을 데리고  여름휴가를 우리 집으로 왔다.

친구의 부인이 오기 전 부부싸움을 했다고 한다.

남자친구도 아니고 여자동창 만나러 휴가 받아 가족끼리 가야 하느냐고...

하지만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만나고 나니 왜 그랬는지 알겠다고...

그 이후 나는 친구의 부인과도 친구가 되었다.

나를 만나러 간다고 하면 부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내주는....

 

친구는 늘 아팠다.

안부전화 속의 친구는 힘이 없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어 병원에서 통화할 때가 많았다.

어떻게 도움을 주고 싶어도  힘내라는 말밖에는 해주지 못한 나..

 

공부시작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못하고 간간히 생각날 때마다 건강하기를 바라왔는데..

암으로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얼굴 잊어버리겠다고 한번 만나자."는 말에  "바쁜 것 끝내놓고 만나러 가겠다."라고 한말이

서로 나눈 마지막 대화가 되다니...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동창들 만나는 모임에 나오라고 했을 때 동창들 아무도 궁금한 사람 없고

나만 제일 생각나고, 나만 만나면 된다고 하면서

별다르게 잘해 준 기억이 없는 나에게  자신에게 제일 잘해준 마음이 따뜻한 친구로 기억한다며

나를 감동받게 해준 친구,,

누군가가 나를 소중한 사람으로 기억한다는 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일인가?

사실 그 친구에게 고향은 너무 힘들었던 과거가 있던 곳..

돌아보고 싶지 않은 고향이라고 했다.

다른 곳도 아닌 다니고 있는 학교 담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이지만,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단면 이었을지도,,,,

 

 

친구에게 나는 너무 무심했다.

가는 길에 잘 가라는 인사도 못해주고....

 

 

 

 

 

죽음이 슬픈 이유는
잘해주고 싶어도 더 이상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