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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mory story

치매로 몸도 못가누는 할머니께 손주를 맡기는 이기적인 부모.

by 다희풀잎 2012. 5. 13.

 

 

 

 

 

 

 

 

오늘은 일요일

이른 아침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블로그에도 몇번 글을 올린적이 있는

자신 한몸도 보살피지 못하는 치매할머니와 사는 아이들집에서....

 

일어나서 물 마시려고 주방에 간 큰 아이가 할머니가 주방에 쓰러져계신것을 발견하고

연락을 해온것입니다..

일요일이라고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다가, 전화내용에넘 놀라서 정신없이 달려가는데

다리가  얼마나 떨리던지..

아직까지 한번도 누군가가 쓰러진 모습을 본적없어서..

그리고 건강하지 못하다는걸 알고 있었기에 혹시나..하는 맘도 있었겠지요,

 

주방까지 들어가는데,

솔직히 넘 무서웠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을 생각해서 용기내어

가까이 가서 모습을 살펴보니 의식은 없지만 숨은 쉬고 계시더라구요.

얼른 119에 신고를 하고  구급대를 기다리는 7-8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119 숫자 세개 누르는데도 손이 떨려서 ...

 

조금후에 인근에 사는 아이들 외삼촌이 오셨습니다.

구급대와 같이 할머니는 병원으로 가시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마음이 안정이 되질않더군요,

청심환을 살려고 해도 약국문은 모두 닫겨있고...

 

 

자신한몸도 못 가누는 할머니께  어린 손주들을 맡겨놓고

멀리 있는 아이들 아빠,

아이들을 버리고는 전화연락 한번 없는 무책임한 엄마

 

이혼한 그아이들의 부모의 행동을  생각하면

늘 화가 치밀었는데...

오늘은 또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오늘 그 할머니손주들이 없이 혼자 계셨다면....

혼자 의식불명으로 쓰러져 계셨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떨립니다.

 

시골의 5월..

동네분들 모두 이른 새벽에 모두 밭이나  들로 나가서

캄캄한 밤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옵니다.

 

밭에 작은 살림집을 마련해두고 그곳에서 식사를 하시거든요.

그러니  비가  내리면  낮에 사람이 있을까

가을까지는 CCTV와 개들이 동네를 지키고 있습니다.

얼마전 이웃집이 불이나서 다 타버렸는데도 누구하나 아는 사람이 없는..

그런곳이 지금 시골 입니다.

 

그런데 할머니 혼자 사시다가 주방에 쓰러져 계시면

누가 알고 119를 불러주겠습니까?

몇날며칠 혼자서 주방바닥에 누워계실수밖에요,,,

그나마 아이들이 함께 있어 일찍 발견이 된것..

 

아침 챙겨 먹이고, 아이들과 함께 응급실로 실려가신 할머니를 찾아뵈니

의식도 돌아오고, 말씀도 하시더군요,

아이들도 이제 마음을 놓는 눈치였습니다.

병원엘  가니 할머니의 작은 며느리가 와 있었습니다.

 

할머니를 자식들이 곁에서 돌봐줄수 없다면,

요양원으로 보내야하는게 아닌지..

어린아이들이 할머니를 보살펴드리기엔 아직 어리다고...

가족들 모여도 상의를 해보시는게 좋을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이동네로 이시와서 아이들 보살핀지 3년,,,

오늘 아이들 친척 얼굴을 처음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주말에 우리집에  와서 살다시피해도 어느집에서 노는지도

관심도 없는 아이들 친척들..

아이들 바로 옆집이 가까운 친척임에도 그집에도 안가는 눈치였습니다.

 

다음에 또 할머니가 쓰러져 계시면

저한테 연락해서 달려오게 하는게 빠를까요?

바로 붙어있는 친척집에 연락하는게 더 빠를까요?

아이들에게  몇번이나 일러두었습니다.

나에게 달려오기전에 먼저 119에 전화부터 하라고

그리고 나한테 전화해야한다고..

만약 할머니가 위험에 빠지면 1분 1초가 급한거라고...

 

 

인정이 메말라가는 사회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부모가 늘어나는 사회...

 

1970대 가진것은 없어 살림은 궁핍했어도...

그때가 불행했고,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할수 있을까요?

경제성장이 되어 사람들의 삶이  물질적 질은 나아졌을진 모르지만,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변을 보면 무슨일이 생기면 책임지지않으려고 하는 책임의식 상실

요즘 크게 와 닿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어른인 나도 당황하고  놀라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놀랐을까요?

아마도 이런 기억들은 오래도록 아이들 가슴에 남아있겠지요.

 

할머니는 입원하시고,

아이들은 학교 문제가 있어 친척집에 보내지 못하고..

당분간은 우리집에서 제가 돌봐야할것 같아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넘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