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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mory story

마당넓은 집에 대한 동경&실제의 삶

by 다희풀잎 2012. 7. 19.

 

 

 

 

 

 

(계절을  잊은 우리집 마당 코스모스)

 

 

제 직장가는 길목에
마당이 참 이쁜집이 있습니다.
봄부터 많은꽃들로 가득했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가 집 마당을 둘러볼 용기가 생기질 않았어요..

 

 

 

 

연일 계속된 비도 그치고,
맑고 푸른 하늘을  친구삼아 출근을 하다가
그동안 보고는 싶었지만, 한번도 마당안으로 들어가 본적없는 집으로
들어 가 보았습니다..

혹시 개가 물면 어쩌나 하는 맘으로....

그런데
그 집은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집이였어요..
가꾸지 않아 마당은 풀들과 꽃들 천지더군요...
아마 전에 살던 주인이 꽃들을 퍽이나 좋아하셨는지
온통 꽃밭이였어요...
아주 어릴때 본 집과 마당처럼 ....
마치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간듯한 느낌이였습니다..

 

 

 

마당 한쪽엔 싱그러운 포도송이들이 영글어 가고,
다른 한쪽엔 낡은 평상이 놓여있는데,
그 주변도 온통 풀과 꽃들로 장식이 되어있었어요..
누가 꾸민게 아닌 풀과 꽃들 스스로...
정리가 되어있지 않지만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마당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벌들과 놀았습니다...

 


 

 

얼마 후
혹시나 하고
며칠전에 가본 마당넓은집에서
지나치며 못본 꽃이 있나 하고
출근길에 다시 들렀습니다...

여름이 시작 되면서 들꽃들의 세상이 됩니다.

 

 

 

집만 나서면 가까운 어디에서나
들꽃들이 무리지어 무성하게 피어있습니다.
개천의 둔지에도
미나리아재비, 애기똥풀,엉겅퀴,개망초들이
어깨를 맞댄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그런 틈틈 여름 민들레,원추리, 쥐오줌풀, 며느리발톱 같은
들꽃들이 잊지않고 얼굴을 내 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더미 위에서도,
검붉은 폐수가 흘러내리는 개천에서도
어느틈에 황량한 풍경이 들꽃들로 인해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뀌어 있는걸 볼때
신비감에 휩싸입니다.

 

 

몇년은 아무도 볼보지 않은듯 보이는
주인 없는 넓은 마당에서 자신들의 모양새를 뽐내며
벌들과, 나비, 잠자리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꽃들을 보며,
누군가 곱게 가꾼 인위적인 풍경이 아닌
스스로 자라나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꽃들이 대견해보였습니다...

 

 

이제 출근할때 마다 들러볼수 있는 나만의 공원이 하나 생겼습니다..

 

마당 한쪽에 싱그럽게 영글고 있는 포도송이...(전부 내꺼^^)를 보며
보라색으로 변한 포도를 맛나게 먹고 있는 저를 상상하며
미소지었습니다....

 

 

2005년 7월에....

 

 

 

 

 

 

 

 

언제부터인진 모르지만
마당 있는 집을 그리워 하게 되었습니다.

 

 

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살다보니
그런 그리움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넓은 마당 있는 집을 갖게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우선 자그마한 꽃밭을 만들고 싶어요..

 

꽃밭 둘레엔 키가 큰 해바라기를 돌아가며 심고
어린시절 좋아했던 채송화, 분꽃,과꽃, 맨드라미,
같은 꽃을 심구요. 또....... 햇살이 잘 드는  따스한 곳에다
빨랫줄을 길게 걸고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추는 빨래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햇볕 따가운 날은
마당 한켠에 빨간 고추를 말려 보고 싶습니다..

 

밖에 내어 놓은 의자에 앉아
스스로 피고 지는 소박한 꽃들을 보며
바람결에 흔들리는 빨래들에게
눈길도 주고
햇볕에 말라가는 고추의 매운 냄새를 맡다 보면
삶이 한결 덜 삭막해지겠지요...

 

 어두워진 밤이면 마당에 놓여진 들마루에 누워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들을
바라보며
내 어린 날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미소 짓고 싶습니다.......

 

햇살이 눈부신 길가에 들꽃들이 피어 있는것을 봅니다..
모든것은 조금씩 낡고 닳아지는데
꽃만큼은 늘 희망을 노래하며 피어 있습니다..

 

2007년  10월..

 

 

 

 

마당있는 집을 그리워하다가,

3년전에 시골땅에 집을 지어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데 어떻게 시골와서 살 생각을 하셨어요?"

"남편 사업이 잘 안된 모양이지요?"

"농사 지을려고 왔어요?"

 

그럴때마다 나의 대답은

"사계절 꽃을 보며 살고 싶어 왔어요."

 

사계절 꽃을 보며 살고 싶었던 나는 그해에 정말이지 정신없이 많은

꽃씨를 뿌렸다.

지인들이 전국에서 꽃씨를 보내주었고,

인터넷으로 꽃씨를 주문도 해서,,,,,

 

 

아...

뭐든 꿈꿀때가 행복하다고 했던가?

그리움의 대상이였던 마당 넓은집의 꽃들은 집 주인들의 수고와 정성으로

가꿔진것..

남편은 바쁘고,나는 얼굴에 기미를 걱정 하며 해질 무렵 잠깐 나가서

풀 뽑는 시늉...

조금만 더 무심하면  400평의 마당은 풀들의 세상...

처음엔 손으로,다음엔 호미로....

이제는 방치했다가  한달에 한번 정도,,,잔디기계로 확 쓸어버린다.....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는 조금만 키가 자라면 무슨 영문인지 모두 쓰러지고,,,

온갖 꽃씨들이 막 날려가서 아무곳이나 자리잡고 피어난다.....

 

마당한켠의 고추들은 주인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며 달려있지만,

그때그때 필요한 양만큼만 따고 나머지는 흙으로 돌려보낸다.

동네분들은 모두들 농사짓는  분들이니

왜 추수를 하지 않느냐고들 하시지만.....

처음엔 여러가지 과일로 효소도 담고,엑기스도 만들고...

하지만 만들어놓기만 하고 먹지를 않으니

3년전에 만들어 놓은게 그대로...

애써 따서 나중에 버릴거면,,,

욕심내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따자고 맘을 정했다..

 

다양한 과실수들,....

ㅎㅎ

나무마다 다른 약을 쳐야한다고한다..

우리집나무들은 약을 안치니 넘 부실.....과일 사이즈가 스몰사이즈...

마당에 빨래 널지도 않는다.

솔직한이유는 마당까지 나가서 널고 걷어오기 귀찮아서...

집안에서도 금방 잘 마르니...

 

여름.... 마당에서 잘 돌아다니지도 못한다.모기때문에...

비오고 나니 풀들이 쑥쑥 자라있다.

이번주말에 풀정리;대작전을 펼치겠지...

 

2012.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