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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틈에서 살아온 나 "너 여자였나?"

다희풀잎 2020. 6. 19. 00:50

 

 

 

 

얼마전 옛 남자친구를 만났다.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 추억속에 그 친구는 항상 자리하고 있다..

 

난 코흘리는 꼬맹이 였을 때부터

여자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여자친구들과 함께 하는 놀이보다,

남자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노는 게 훨씬 재미있다보니,

중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구슬치기부터,딱지치기,

더 자라면서 축구나, 야구를 하며 남자친구들과 어울린것 같다..

지금도 나는 여자친구보다 남자친구가 훨씬 많다..

아니 사실 연락하는 여자친구는 거의 없다..



어릴때 부터 남자친구들과 어울린 나는 또래 여자친구들에게 오해를 많이 받았다.

남자들 무리속에 홍일점으로 끼여 있는 나를

여자친구들은 이해하기 힘들었을것이다..

나는 단지 남자친구들이 편했을 뿐인데...

 



 

그 친구를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학교 1학년 어느날 부터 그 친구와 허물없는 친구가 된것 같다.

둘이서만 만난 기억은 없고,

그 친구의 친구들과 무리지어 만나, 그당시에 자유롭게 갈수 있었던

떡볶이집에서 친목을 다진것 같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야구도 하고, 겨울에는 눈 싸움을, 여름에는 강가에서

물 장난을 하며 놀았다..

그 친구는 대구에서 중학교과 고등학교를 다녔기에, 주말이나, 방학이면

같이 어울릴수 있었는데,

나는 장난스러운 그 친구와 다른 친구보다는 조금 친밀했다..

그친구의 어두운 가정사를 아마도 내가 잘 이해해주고,들어주었기 때문이 아니였을까..

 



 

나는 한때 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적이 있었다..

도무지 남자들이 이성으로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그냥 편한 동성같은 친구이지..

가슴이 두근거린다거나 작은 떨림같은것이 생기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학창시절 친구들이 남자선생님을 좋아하는 행동들이

유치해보이고, 아무리 멋진 남자연예인을 봐도 무덤덤..

그냥 괜찮구나 정도지...넘 좋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세요..

여자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는것도 아닙니다..)

 

남자친구들이 많았지만, 단 한번도 심각한 사이가 된적 없다..

이런일은 남편과 결혼할때 까지 쭉 이어졌다..

남자와 사귄적은 많았지만,

남자들은 내게 손을 잡거나, 연인들이면 하는 가벼운 포옹조차 없었다..

이상하게 사귄다면서도 나를 어린아이 취급을 했다..

같은 또래면서도 한참 어린 여동생 취급을 하는것..

친하기는 하지만 감정은 늘 그 상태..

이렇게 만나다 이별이나 그런말 없이 만남의 횟수를 줄이다가,

또 다른 상대를 만나는...

그러니 과거의 그 친구들은 아직도 나와 친구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대학때 남자친구들이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방문

깜짝 놀라면 한 말

"너 여자였냐?"

그동안의 행동과 집 분위기가 넘 달라서 충격 받았다며 한 말..

남편도 결혼 하기전

라면만이라도 잘 삶으면 된다고 생각했단다.

그만큼 내가 여자들이 하는걸 아무것도 할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나는 살림이 취미였던 여자였다.

그런일들이 넘 재미있고 즐겨한 일들인데...

밖과 안이 다른 여자였다고나 할까...ㅎㅎㅎ

남자친구들 부인에게 유일하게 여자친구로 인정 받는 나..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데
부부 동반 으로 만나고 나면..여자들은 모두 내게 무장해제..
자신의 남편과 단둘이 만나서 술을 마셔도,
의심을 하지 않는다니..
다른 여자들은 안되면서도 나는 왜 괜찮은지..
좋으면서도..한편으론 여자들에게 나는 여자같지 않은 여잔가?
싶은 생각에 섭섭할때도 있다..




 

그 친구중 한명이 얼마전 만난 친구..

 

 

내가 대학에 다니게 되면서 집을 떠나 있다보니,

그 친구를 만날 시간이 없었다..

한달에 한번 집에 가면 그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소집..

수다 떠는게 전부였는데,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사건이 생겼다..

 

내 나이 스물두살.대학 3학년 겨울..

그 친구가 자신의 엄마에게 나와 결혼 하고 싶다는 말을 한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나의 큰 오빠를 통해 들었다.

나이차이 많이 나는 내 오빠와 그친구 엄마는 알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어느 날 찻집에서 그 친구엄마가..

손이 귀한 자신의 외아들을 일찍 결혼을 시켜야 하는데,

아들이 나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말을 했다는게 아닌가!

그 당시 나는 독신주의로 살고 싶어했기에

결혼은 생각해본적도 없었고,

더구나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연인들이 주고 받는 애정표현도 서로 나눈적이 없는데

그 친구가 어떻게 나하고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충격이였다..

친밀하게 잘 지내오다가..

그런 소동으로 인해 나는 그 친구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만나면 할말도 많았는데, 괜히 어색하고 할말이 몽땅 사라진것..

 

그 친구는 얼마후 선을 봐서 선 본 아가씨와 결혼했다..

그 이후 풍문에 잘 산다는 소리만 들었다..

 

 


작은 체구 탓인지 내 나이 보다 항상 열살 이상 어려보이는 탓에

또래 친구들에게 동기라기보다 동생 같은 느낌이였는지,

우유 더 먹고 오라는 이야기를 달고 들었었다..

열심히 따라다니는 남자들도 또래 보다 나이 어린 남자들이 많은..미성숙한 나에게서

그 친구는 어떻게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궁금했다..

 

친구를 만나니
나는 그게 제일 궁금했다..

"너 그 때 왜 그랬어? 네 엄마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했어?"

"그냥 ~~결혼 해야한다는데, 떠오르는 여자가 너 밖에 없더라."

"뭐라고? 사랑이니 그런 감정이 아니라 생각나는 여자가 나 밖에 없었다고?"

 

오랜 세월동안 궁금했었는데..

그 궁금함에 대한 답변이..고작...생각나는 여자가 나 밖에 없어서라니...

넘 허탈했다.

"야! 너는 그냥 생각나는 여자랑 결혼 하냐?"

하고 내가 알밤을 때렸다.

정말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린시절로 돌아간것 같았다..

 아저씨 머리에 알밤이라니...

우리는 소리내어 깔깔 웃었다..

 

 

헤어지면서 그 친구 하는 말..

"그 시절 너처럼 편안한 친구를 만난적이 없었어.

그래서 같이 살고 싶었나봐.."

 

헤어져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 처럼 편안한 친구가 없었다.'는 그 친구의 말에

자꾸만 웃음이 나오는 것은?




종종 걸음으로 살다가도
한숨 놓고 편히 쉬고 싶은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그런 순간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친구들이다.




(친 오빠 일곱명~~~

그런데다 같은 학년 같은 반에서 한살 터울 오빠와 같이 공부하고 자라다보니

저도 모르게 개구장이로 자란게 아닌가 싶어요.. 굉장히 장난이 심했거든요..

지금도 그렇지만....

돌아갈수만 있다면 다시 초등학교 시절로 가보고 싶습니다..)

 

 

10년전 글을 다시 올려 읽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