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ve a biast

떠올려보세요.지나간 기억들이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때도 있답니다

다희풀잎 2010. 9. 18. 11:20

 

 

 


길을 걷다가,
아니면 여행중에 예쁜 집들을 만나게 되면
늘 길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눈 속에 넣어두고 온다...


그리고 호기심이 생겨서 가까이 다가가서
이리저리 살피기도 한다.

여러가지 색들로 칠해진 창틀과,
밖에 내다 놓은 화분들을 바라보며
창안의 공간과, 그곳에 사는사람들은
뭘하는 분들일까? 하고
여러가지 공상에 빠져 보기도 한다.


 




우연하게 옥천 어느 산길을 가다가
어느 집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백년은 넘어 보이는 초가지붕에 흙으로 지어진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집이 였다..

오래되어 쓰러져 가는집을
주인이 조금 개조한듯 보였다.

하지만
어쩜 그렇게 예쁘게 꾸며 놓았는지...
창위에 많은 화분을 메달아두어,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당기는
창,그리고 집 주변도 산과 어울리게 정겨운 들꽃들로
가꾸어져 있고,
그집주변의 물건들은 거의다 낡은것들로
꾸며져 있는데도,
멋스러움이 잔뜩 풍겼다...



 



그 집을 만난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오며,
나도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한참을 그 집 주변을 돌며
구경을 했었다...

1년후
다시 그집을 찾았다.
집 주인이 버려진 합판과, 나무들을 주어와서
그 낡은집옆에,
다락방이 달린 집을 짓고 있는 중 이였다.
흙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게 아니라, 흙집 바깥에 나무를 붙이고,옆에
덧대어 조그만 공간을 하나더 늘이는것이다..


놀란것은 집을 혼자서 짓고 계시는 분은 할아버지 셨다..
난 주인이 분명 젊은 부부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외벽은 이제 흙이 아니라, 나무집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공사장에서 줏어온 합판과 폐목으로....


하지만 얼마뒤면, 낡은 합판위를
다른것으로 장식을 해서
또 다른 정겨운 집으로 바뀌어 있을것이라는걸
나는 안다...



가을쯤
다시 한번 그 집을 찾을 생각이다.

그집 주인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낡은 합판으로 지은집이
또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마음은 벌써 그 집에 가있다...


- 윗글은6년전 글 입니다...-






2005. 1..25일..화요일...첫눈이 내림..

오늘 다시 그 산골집을 찾아가 보았다.
헌 합판으로 지어진 집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많이 궁금했다...
역시 멋진 집으로 변해 있었다.
몇년동안 그집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치
내 집인것처럼 즐거웠었다.
아직 다 지을려면 몇년은 더 걸린다고 했다.
주인 혼자서 짓는 집.......
처음엔 초가집에  흙집...
그다음엔 헌합판으로증축해간 2층집....

오늘은 운이 좋게도 집 주인을 만날수 있었다.
소설속 주인공처럼,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흐르는 모습의 할머님
(할머니라 불러 드리기엔 넘 멋장이)
겉모습을 전혀 꾸미지 않고, 마냥 편하게만 사신것 같은 할아버님께서
따뜻한 꿀차도 대접해 주셨다.


그리고 친절하게 집 이곳저곳을 보여 주셨다.
어느것 하나 신기하지 않은게 없었다.
전등갓도 나무 줄기로 만들었고,
커텐 묶은 말린꽃들.......

마당을 어슬렁 거리며 다니는 순둥이 ^^
긴털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을것 같은 삽살개...
처음부터 친구가 되었다..

내가 대문을 나서서 차로 이동을 할때까지
계속 따라오며 친한척을 했다..*^^*

나도 삽살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그개가 눈에 선하다.....

걸어가는 도중에도 몇번을 뒤돌아보며
눈도장을 찍는 집....
내 집이 아니지만,
남의 집 같지 않은 편안함을 느낄수 있는 집....
그 집의 주인의 정겨운 미소와 따스한 마음때문이 아니였을까?

기분좋은날....
돌아오는 길엔 첫눈이 내렸다....






그 다음해 이쁜 이집을 또 들렀다..
그런데 집이 불이났다는게 아닌가
다행스럽게 이층방만 조금 탔다니 천만 다행한 일이였다...
갈때마다 풍경이 바뀌어 있는 이 집이 넘 좋았다..

나도..이렇게 조용한 산속에서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
생각했었다...

6년동안 두 세번 씩 들러 이쁜집을 보고 돌아왔다..





          
           2007.10.16..



올해는 사는게 뭐가 그리 바빴는지   옥천 집에  가볼  여유가  없었다...
고향의 집 마냥 그리운 집...
아침 아이들 학교 보내고 서둘러 옥천으로 향했다..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께 드릴 허브차를 준비해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두분은 어디 가셨는지 문이 굳게 닫겨 있었다..
혹시 건강에 문제가 생긴게 아닌가 염려가 되었다..

이번에 달라진것은 모두 나무로 만들어진 집 이였는데,
외벽에 회벽을 칠하고, 이쁜 돌멩이들을 붙여진점이 바뀌었다..
대문도 나무 문에서 벽돌 대문으로 바뀌었고,


끊임없이 바꾸시는..두분의 열정에 감탄과 박수를 보냈다..


돈을 많이 들인 호화주택이라면 이렇게 정이 가지 않았을것이다..
보는 순간 멋지네! 그것이 전부 였을것 같다..


하지만 이 집은..
7-8년에 걸쳐 조금씩 지어진 집이고, 자재들이 거의 재활용으로 지어진 집이라는것..
아직도 짓고 있는 중이라니...
끈기와 인내, 열정,집에 대한 애정..을 느낄수 있기에.
더 정이 가는게 아닐까...







  집 여기 저기 한바퀴 둘러 보고..





           

               운치있는 담,,담쟁이도 단풍이 들고....







            


              빛 잘드는 창문 앞에 작은 연못이,,,*^^*







   

삽살이의 집...

 


   일년 사이에 연못도 하나 생겼다...






이건 뭘까?




 


연못으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








주인 할아버지를 닮아 멋스러운 빗자루....



 


마음도, 눈도 행복한 하루였다...










할아버님집 주변은 온통 갓밭이다...

그래선지 동네 길에도 밭둑에도, 포도밭에도...온통 씨가 날아와서
피었는지 갓 천지다...

난 6년전부터 그곳에서 야생에서 피어난 갓을 뽑아와서 갓 김치를 담았다..
주인 없는 갓이니,
약도 뿌리지 않고, 어느것은 갓나물이 아니라, 갓나무처럼 굵고 커서
뽑기도 힘들었다..


맨 처음엔 집에 가져와서 김치를 담았더니 눈물, 콧물..이 났다..
얼마나 매웠는지..겨자를 스푼으로 한 스푼 푹 떠서 먹은 느낌...

이걸 어떻게 먹나...그냥 냉장고에 방치해 두었는데..
두달쯤 뒤에
라면을 먹다가 매운거 한번 먹어보자 싶어 꺼내 먹으니...
맛이 환상적이였다..
이럴수가...
처음 탁 쏘는 매운맛도 어느정도 사라지고 깊은 맛이.....

그 후부터 인기 폭발 ...

그 다음해엔 아예 트럭으로..거짓말 쪼금 보태어 한차 실어왔다...
우리집에 온 친구나 친척들은 모두 한통씩 가져갔다..
자꾸 달라고 할려니 미안하다면서도  ^^ 넘 맛있다고 또 가져갔다..

얼마나 많이 담았는지...
아직 4년전에 담아 둔 갓 김치가 남아있다..
고기 구워 먹을 때 내 놓으면 다들 좋아하셨다..
아껴가면서 먹는 반찬이였는데...
이제 아껴가며 먹지 않아도 된다.


오늘 가져왔으니...


많이는 뽑아오지 않았다.
11월 갓이 더 맛이있기 때문에.
김장철에 다시 가서 뽑아올 생각이다...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께...맛나게 담아 한통씩 선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느낌...

마음이 가득하니 행복감이 밀려왔다...


워낙 먹는걸 즐기다 보니, 음식 만드는게  나에겐 큰 즐거움중 하나다..
내가 만든것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도 나는 얼마든지 행복감을 느끼니까..







갓 김치를 담아서 시식을 했다...갓 특유의 맛이 입안 가득 ..*^^*







살면서
  행복했던 시간과 추억들을
  떠올려 볼 마음의 여유도 없이
지내고 있지는 않는지요?

  가끔 떠올려보세요
  지나간 기억들이,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때도 있답니다.

                                                                           

'✎. Have a bia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바다는 살아있다. 동해  (0) 2011.01.07
강양포구와 새우깡 갈매기들..  (0) 2010.12.22
멸치 손질하는 풍경..  (0) 2010.12.22
우포에서  (0) 2010.08.29
70년대의 기억을 더듬어며...  (0) 2010.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