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mory story

외가에서

다희풀잎 2023. 5. 20. 00:47

초등학교 1학년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새엄마가 들어오시면서 외가와 점점 멀어졌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가끔 외사촌들과 외가를 방문했는데......

 

어린 시절 추억의 반 이상은 외가의 추억들 

 

돌아가신 시어머니 추모관이 외갓집과 멀지 않아 기억을 더듬어 외가 마을을 찾았다.

전부 친척인 동네 이모와 외삼촌집은 담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았다.

옆집으로 이사를 갔던 것

 

방학때 외갓집 마을에 가면 매일 다른 집에서 하루하루 돌아가면 밥을 먹곤 했다.

제일 맛있었던 건 밀어서 만들 손칼국수

쑥 연기 피운 마당 멍석에 앉아 먹던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세월을 비켜간걸까?

몇십 년 전 그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니

그 많던 아이들은 사라지고 나이 많은 노인분들만

그분들도 몇 분 없지만.............................

 

아흔을 중반을 넘기신 이모가 혼자 살고 있고,

이웃집에는 70대 외삼촌 아들 외사촌오빠가  혼자서 살고 있었다.

 

이모는 면소재지 시설에서 낮시간을 보내가 6시쯤 집으로 오신다고 하셔서 못 뵙고 왔다.

다음 주라도 다시 한번 시간 맞춰 가봐야겠다..

 

 

 

 

어린 시절 엄마의 병환으로 인해
외가에서  자주  가서 지낸 적이 있었다.


외갓집은 경상도 어느 오지인데,
버스에서 내려 몇 시간 산길을 올라가야 했다..

(너무 깊은 곳에 있어,
6.25 전쟁 때도 피해가 없었다고 할만치
평화로운 아주 작은 마을이다.)

외갓집에 가면 나는 어느 틈에
그 마을의 귀하신 손님이 된다.

마을어른들께선 도시에서 왔다고
뭐 그리 궁금한 게 많으신지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마을 아이들은  나에 대한 호기심으로
내 주위에서 떠나질 못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이란 것을
외가에서 처음 접했고,
과자 사준다고 데려간 곳은  가게가 아니라,
어느 집 안방에 놓인  찬장 그것이 일종의 가게....^^

 




쑥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당에서
콩가루 듬뿍 집어넣어 손으로 밀은 칼국수를
멍석 위에 앉아 먹는 기분이란...


그 어린 시절 외가에서 생활했던 몇 달은
참 많이 자유롭고, 행복했었다는 느낌이다.












어느 여름..

아이들이 수박서리를 가자며 불러냈다.
호기심이 생겼지만 무섭기도 했다.
한 아이가 말했다.

"니는 잘 못 달리니, 만약 붙들리면
도망가지 말고 밭옆의 개울에 엎드려있거래.
그리고 절대 뭉쳐서 도망가면 안 되고 전부 흩어져서 달려야 되는 거라
알아째?"

내 가슴은 벌써
수박밭에 가기도 전에 기절할 만큼 가슴이 쿵닥거렸다.

난 수박밭 밖에서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곤
눈을 반들거리며 서있었다.
여차하면
도망쳐야 하니까...^^


그런데 멀리서 아저씨의 호통이 들려왔다.

"이 녀석들아"
에그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누가 내 다리를 당기는 것처럼.........
아무리 당겨도 벌써 내 몸은 얼어붙었다.

그  와중에 남자아이의 말이 떠올랐다.

"도망가지 말고 도랑에 엎드려 ~~~ 납작하게"

난 도랑으로 몸을 날려 숨죽이며 엎드려 있었다.

한바탕 아이들이 달려가는 소리가 들리고..
그리곤 조용해졌다.
그런데 그때..
내 목덜미에 투박한 손의 느낌이 느껴졌다.
그 순간
난 기절했다.
.
.
.
.

.
.
.
.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난 외삼촌댁 안방에 누워있는 걸 알았다.

살며시 눈을 떠보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많은 눈동자들 때문에
다시 한번 기절할 노릇이었다.

걱정이 된 마음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몇 명 친구들은 울어서 눈이 부어 있었다.


수박밭 아저씨가 더 놀라셨단다.

"기가 저렇게 약해서 어떡하겠니~"
하시며 외삼촌보고 산에 가서 약초 좀 캐어 달여 먹이라는
당부를 하시곤 아저씨댁으로 가셨다.

들마루에 잘 익은 수박 몇 덩이를 두시고....





정말 인정 많으신 분들...
그 기억은 두고두고 친구들에게 전해주는
내 단골 이야기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외가에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이고,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만이 마을을 지키고 계신다.
이제 그분들마저 돌아가시고 나면 그 마을은 없어지겠지.....


외가를 갈려면 2시간도 넘는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산길가에  피어있는 꽃을 구경하며 올라가다,
열매들 맛을 보고,
걷다 보면 목이 말라
아주 작은 산개울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큰 잎에 담아서 먹기도 했다.

물먹는 나를 지켜보고 있던 친구들이

"내년엔 니 배안에서 뱀이 뛰어놀 거다"
하고 놀려서 큰소리로 울은 기억도 있다.
그 이듬해  봄까지 뱃속에 뱀이 있을까 봐.. 걱정을 했었다..




아이들과 냇가에서 고기 잡고.
한가로이 소 풀뜯이며 뛰어다니며 놀던
그 평화로운 여유들이....
그곳에서 느낀 인정 넘치는 사랑도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