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mory story

주물 난로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추억들이 ..하지만 우리아이들은?

다희풀잎 2010. 12. 17. 00:45

 

 

 

 

 

대전에 있는 친구가 우리집 근처에 왔다는 연락을 받고,
손님올때 모시고 가는 작은 찻집 쉼터에 갔다.

결혼을 하면서 커피숍에 갈 기회가 거의 없었다..
친구들을 자주 만날 시간도 없었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는 어쩌다
친구들을 만나는 장소는
롯데리아 같은 곳이였다. 아니면 피자집 같은곳....
조금 큰곳은 대부분 아이들 놀이터가 있기에
마음놓고 친구와 수다를 떨수 있어 좋다.

그러다 보니 컴컴한곳에 들어가 앉아 있는게
별로 내키지 않아 분위기 있는곳에 잘 가지 않았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난뒤,
우연한 기회에 근처 저수지옆 쉼터를 알게 되었다.
밝아서 좋고, 차종류도 다양하고, 안에서 과자나,
컵라면 같은것을 먹을수 있어 편안하고,
많은 책들이 있어 이름처럼 쉬다가 오는 곳이다

쉼터라는 이름처럼 주인의 인심은 얼마나 후한지,
차값이 저렴한데도, 마시고 나면 다른 차를
또 한잔 무료로 주신다.
차와 함께 먹는 강냉이도 ,설탕에 쌓여있는 생강도
주시고.....

어떨땐 저렇게 많이 퍼주고도 돈을 벌수 있나 싶을만치
정이 넘치신다....

테이블 옆에 있는 난로를 보면서
학창시절 3교시 마치고 도시락들을 저 난로위에
얹어둔 추억을 떠올렸다.


아침 등교하면 당번은 난로에 불피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종이에 불을 붙여 넣고 작은 나무부터.......
재주가 없는 나는 토끼를 잡을것처럼 연기를 교실가득 채우고도
불을 못피워서 연신 눈물을 흘렸었다.....
결국 교무실로 가서 담임선생님께 꼭 도와달라고 해서
난로의 장작들을 불태울수 있었다.


교실로 들어온 아이중엔 추운 나머지 장갑을 낀채로
난로를 만져 장갑이 타거나, 엉덩이를 따뜻하게 만들다가
옷이 탄적도 있었다.


3교시 지나면 선생님께서 아이들 도시락을 난로 위에 얹어주셨고,

맨 밑에 있는 도시락은 밥이 구워질수가 있으니,
시간 맞추어 선생님께선 도시락 위치를 바꿔 주셨다.
도시락에서 풍겨나오는 밥의 구수한 향기가
시장기를 재촉했다.

밥을 먹고 난뒤 도시락에 물을 부어 마시기도 했고,
떡도 구워먹고, 쫀득이도 부풀려서 많이 먹었다.

선생님 몰래 도시락두껑에다 달고나를 만들어 먹다가
손을 데인적도 여러번.....
우린 주로 나무를 사용했지만,
교무실은 갈탄으로 난방을 했는데, 어쩌다 얻어오는 갈탄은
맨 앞줄의 아이들의 볼을 익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다 돌아가고 난뒤 아이들 청소 할때 몰래 넣어둔 고구마도 난로 청소 하면서 꺼내먹고,
혹시나 불이 날까? 당번일땐 집으로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난로안의 불들 확실하게 꺼졌는지
점검을 하곤 했다.
요즘 아이들 교실엔 온풍기와 에어컨이 설치 되어있다.
물도 정수기 물을 마신다.

내가 오랫동안 학원을 운영하여
우리 딸들은 등교도 차로 학교앞까지
하교때도 학교교문에서 학원차로 실고와서
내 학원에서 전과목을 공부하고 나의퇴근 시간 맞추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들과 놀수있는 시간은 학교안에서 뿐이다...
쉬는시간..점심시간, 청소시간에만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난후
학원에서....또 집으로 돌아와선 숙제 ,컴퓨터 조금 한후
잠을 잔다.....방학때도 하루종일 나와 학원에서
이교실 저교실을 돌아다니다, 또 집으로........

내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때

어린시절 추억을 얼마나 가슴에 넣어두고 있을까?
지금도 재미있었던일 이야기를 해보라면,
게임한 이야기며 티비에서 본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난 어린시절 많은 오빠들 영향으로 개구장이로 자랐다.
남편에게 내 어린시절 이야기를 해주면,
신기하다는듯 나를 바라본다...

퍼내어도 끝이 없을것 같은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 추억들을 떠올리며 지금도 행복해하고 즐거워 한다...
갑자기 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는게 바빠서
늘 아이들을 집과 학원에 가두어 놓고 있고,
세상이 험악하다고 놀이터에도 나가서 놀지 못하게 했다........


어느곳에 놓여진 난로를 보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데.....
정작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