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mory story

젓가락질이 서툰 며느리 밥그릇에 반찬 얹어주시는 시아버지

다희풀잎 2012. 3. 22. 10:38

 

 

 

 

나는 젓가락으로  반찬 집는  것이 서툴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교육환경에서,
어떻게 아버지께서
밥상에서 줄줄 흘리며 먹는 나를 혼내시지 않고
그냥 두었는지  아직 의문으로 남는다.

지금까지 남들이 보면  웃기까지 하는
서툰 젓가락 잡는 방법을 고수 하고 있다..

친구들이 내 젓가락 잡는 모습을 볼때마다,

"한국 사람 아니지?  지금까지 어떻게 반찬 먹었냐?"
"너 ~내 조카 유치원생 한테  젓가락 잡는 법 다시 배워라!"
ㅠ.ㅠ;;

(나는 지금도 어려운 사람과는 절대 식사 같이 하지 않는다.)

어린시절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 문제가 심각해졌다.

시어른들과 함께 식사를 할려니,
은근히 조심스러웠다..
먹다 흘리면  얼마나 창피할까 싶어
반찬 집어먹기를 포기하고,
숟가락으로 밥하고 찌게, 국만 먹었다...

그걸  이상하게 보신 시아버님께서 남편에게 물어보셨단다..
"야야..다희는  왜 반찬은 손을 대지 않는거냐?"
"반찬이 입에 맞지 않는 다냐?"

남편은 웃으면서
젓가락질이 서툴러 그렇다고 말을 했다.

그후부터 어른들과 겸상하면  시아버님이 반찬을 이것저것
내 밥위에 얹어주시는게 아닌가..
나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다..

 

 

얼마후 흘리던지 말던지 꿋꿋하게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먹었다..
*^^*

문제는 우리집 두아이들...
나를 닮아서 영...젓가락 잡는것이  서툴다..
아빠를  닮지 않고 왜 나를 닮아서......^^
(꼭 아이들은 부모의 나쁜점을 닮는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할때마다  우리는
엄마 닮아서 그렇다는둥, 아빠 닮아 그렇다는 말을 하지 않는가...^^

남편이 신경써서 지도를 하지만 그때뿐..
자연스럽게 편한대로 우리들의  방식으로 돌아온다..

함께 밥을 먹다가 웃는 이유는..
아직 서툰 젓가락질 때문에 가져오다 흘려 놓아서
식탁이 깔끔하지 않은 풍경때문...

유아들 식탁 같다...*^^*


세모녀 단체로 젓가락 콩 집기 기초부터 다시연습해야 하는것 아닌지....

나는 볼것 못 볼거 다 보여준 아줌마 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느순간 조심스러운 자리에서
식사 할 날 이 올텐데...
나 처럼 고개 숙이고 밥하고 찌게랑 국만 퍼 먹으면 곤란하지 않을까?

 


어렵지 않은것 같은데
쉽게 고쳐지지 않는게 두가지 있다.
하나는 자판을  독수리타법으로 치는것과
젓가락 잡는 것이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인터넷에 글도 자주 올리면서도
나는 십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판 실력은 똑 같다.

주변에서 아직 '독수리'라고 하면  모두들 놀란다.
믿지 않으려 한다.

 

한번은 막내 학교에 포토샵 강의가 있어 강의실 갔다가,
컴 실력과 자판 치는 실력이 넘 동떨어져 있는 걸 보고,
자모들이 모두 한마디씩...
"선생님 한달만 연습하면 자판 잘 치는데...."
"컴 십여년 만져도 아직 이 상태네요...*^^*"

 

 

익숙하게 된것을 고치는 것이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보다 더 어렵다는걸....
이 두가지에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