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umsy love

죽음보다 외로움으로 더 힘들어 한 그녀..

다희풀잎 2012. 7. 7. 12:11

 

 

 

나는 아주 오래전 만든 개인 홈피를  하나 가지고 있다.
처음 홈을 만들때   나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일찍 부모님을 잃고,
엄마처럼 의지한 언니들,사랑했던 친구를  저세상으로 보낸 아픔..한..남편의 보증으로 힘들어진 가정 환경..
우울하고 아픈 이야기를 많이 올려 놓는 사적인 개인 공간. 

그 공간은 내게 조금씩 안정과 평화를 주었다.

 

되는 말이던,안되는  글이던 내 속내를 올려놓고 나면,

이상하게도 심각했던 그 일들이 마치 남이 겪은 일처럼 여겨지며

담담해졌다.

그러면서 주관적으로만 느껴지던 내 마음들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난 힘든 상황을 극복해 나갔다.

 

 

지금도 상처로 힘든 사람들에게 말한다.

글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준다고.....

 

개인적인 글을 올려 놓고,마음에 드는 음악도 올려 놓고..틈만 나면 내 공간에 머물렀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오시는지  회원들이 늘어갔다.
홈 분위기 때문인지..글때문인지..음악때문인지..
대부분 정신적,육체적으로 아픔이 많은 분들이  가입하셨다..
회원들과 지나온 일들과, 회원 자신들의 고통들을 서로 나누다보니,우리들은 가까운 친구가 되어 있었다..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수 없었다는 이야기들을  내게는 거리낌없이털어 놓았다.자신의 가족과 절친한 친구보다 익명의 누군가를 더 편하게 생각할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하지만 회원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나면,난 몇날며칠 울고,우울함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힘들어 했다.회원들이  건강이 좋지않거나, 정신적으로 힘든 분들이 많아,대화를 하다보면 내 힘으로는 어찌해볼수 없고,도움도 주지못하는 자괴감에빠져...나를 더 힘들게 하고 힘듬은 우리아이들에게 전해지게 된것..

 

내가 말문을 닫고, 생각만 하고 있으니..아이들에게도 넘 미안했다.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들어주면서내 안에 쌓이는 그 어떤 마음들 때문에 나는  전화기를 붙들고  또 다른 홈피 10년지기 인연 언니에게 하소연 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큰 짐이 어깨를 눌러 숨을 쉬지못하겠노라고..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의 위로는 큰 힘과 위안이야.넌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거야."

 

 

 

 

  

 
그녀를 알게 된건 7년전이다..

내 홈에 가입하고  며칠이 지난 후
쪽지로 내게 부탁을 해왔다..
홈피를 하나 가지고 싶은데 만들어 줄수 있냐는.....
처음엔 가입 목적이 홈피제작때문이였나 싶어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회원 가입후 홈피 제작 부탁하시는 분들이 많기도 하지만,
무료로 고생해서 만들어 주고 나면 그 다음에는 볼수 없는 사람이 여럿..
누군가에게 이용당했다는 느낌을 경험한 뒤라 그랬던것 같다..
어떤 식으로 만들어주면 되냐는 전화통화에 그녀의 사정을 들을수 있었다..
 암 투병중이라는..
남겨두고 갈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들에게  틈틈이 글을 남겨두고 싶다는 것...남편과의 갈등으로 많이 힘들어했다."차라리 이혼하고 마음이라도 편하게 사는게 어떨까요?"남이라 쉽게 말하는게 아니라,함께가 힘들다면,차라리 혼자가 더 편할수도 있을것 같았다.더구나 그녀는 아픈사람이 아닌가~~~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면서 나는 그녀와 더 많이 친해졌다..
서로의 속내를 숨기지 않고 터 놓을 만큼..."내 전화기는 24시간 열려있어요. 언제라도 전화해요,,"그랬다.조금이라도 그녀에게 난 힘과 위안이 되어 주고 싶었다. 아무것도 할수없지만 그냥 묵묵히 이야기는 들어줄수 있지 않은가..
암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후..
또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면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그녀..
입원한 병원에 병문안을 가면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전화로만 통화하다가 얼굴을 처음 보게 된 것..

 

어떻게 이곳까지 찾아왔느냐며놀라며 그녀가 반겨주었다.
작고 왜소한 몸으로  힘든 병마와 싸우는 그녀를 만나기전,나는  절대 울지말자고
다짐 했음에도  만나고 있는 동안에 목까지 차오는 울음을 견딜수 없어,
결국 병실을 나와 큰소리로 울고 말았다..


다른곳에 암세포가 생겼다며
나에게 소식을 전하면서도 마치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전해주던 그녀를 보며,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걸 또 깨달았다..
 

 

 

지난  여름 한통의 전화에 깜짝 놀랐다.

그녀의 남편 전화였다.

나를 보고싶다는 아내의 부탁으로  오게 되었다며 그녀남편은 집으로 가도 괜찮냐는 전화였다.
"풀잎님을 그렇게 보고싶다더니 이제 소원풀어 기분 좋지?"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은 다 빠져서 모자를 눌러 쓰고 있는 그녀에게서,
나는 그녀가 환자임을 느끼지 못했다..
밝은 목소리며 환한 표정을 보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조금만 힘들어도 못살겠다고 투정 부리고,
마치 나 혼자만 아픔을 끌어앉고  사는것처럼, 세상 슬픔은 내 가슴속에
가득찼다고  떠들고 다녔다..
그런데 그녀는 극심한 고통속에서도 밝게 웃으며 오히려 나를 위로 했다..
그녀를 만난게 반가워서,
작고 마른  그녀가 또 힘들게 수술과 항암치료 받을걸 생각하며...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나는 술을   마셨다..
그녀가 집으로 떠나고 난후..
거실에 엎드려 나는 한참을 울었다..

 

지난 겨울  김장 할 준비한다고  외출후 돌아오니,
그녀가 집이며 핸드폰에 전화를 한걸 늦게 알았다.
무슨일이 있는걸까?
궁금해하며 전화를 했는데
그녀의 밝은 목소리가 전해졌다.
"풀잎님 저 항암치료 두번만 더 하면 끝나요."
그말이 얼마나 나를 더 기운나게 하던지....
지금까지 해 온것처럼
강인한 힘으로 잘 버티고,  더 힘내어 치료 잘했으면 좋겠다..
마음의 온기를 전해주는 촛불 하나 그녀를 위해서 불을 밝혔다.

 

 

 

 그런데..

 

 

 

 

 

 

 며칠전 수요일 늦은 밤...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받을까 말까 하다가 전화를 받았더니 그녀의  남편 이였다.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그녀와 생전 나눈 대화는 외로움 이였다.아픈것보다 외로움을 견딜수가 없다고했다."

무엇이  가장 힘들어요?""외로움요."죽음의 고통보다  더한 외로움...

마지막가는 길에서 그녀는    외로움을  털어버리고 갔을까?

 

다음 날 아침까지 나는 그녀와 나눈 대화들을 생각하고,또 생각하며눈이 퉁퉁붓도록 울었다.

.장례식을 다녀오고..금요일...

학교 도서관 창가에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환하고 밝아서 가는 길은 따뜻했으면 좋으련만....

비는 더 세차게 내리기만 했다.그녀의 눈물인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