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umsy love

시부모님 생신상 차리기가 힘들다 느껴지는 이유?

다희풀잎 2012. 7. 2. 13:09

 

 

 

 

 

금요일  오후 근무시간  폰에 문자 한통이 들어왔다.

'수민아 내일 엄마생신인데 어떻할거야?'

 

세상에나....~~~시어머니 생신을 잊고 있었던 것..

핸드폰을 바꾸면서 스케줄에 행사 넣는것을 깜박했다.

이런~~~~~

 

퇴근 후 딸들과 인근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왔더니,

남편이...

"내일 아침 일곱시에 나가봐야하니 아침 식사를 6시30분에 했으면

좋겠어. 형님이 부모님 모시고 오시기로 했어."

 

시누이 가족은 오전 7시30분에서 8시 사이에 오기로 했는데...

 

하루 쉴수는 없는거냐고 물었더니 공사일정이 넘 빡빡하고,

이어서 바로 다른 공사가 잡혀 있어 시간 내기가 어렵다는 것..

일요일로 어머니 생신을 미루는건 어떠냐고 말을 한다.

 

어른 생신은 당겨서는 해도 미뤄서는 하지 않는거라는 말이 있어

일이생기면 당겨서는 생신상을 차렸지만,미룬적이 없어

이른 새벽에 식사를 하게 된것....

 

(그런데 정말 어른 생신은 당겨서는 할수있지만 미뤄서 해서는

안되는건가요?

지금까지 평일에 생신날짜가 있으면 늘 당겨서 했거든요....)

 

알람을 새벽 3시에 맞춰 놓고 일찍 잘려고 누워도 잠이 오질 않아,

1시쯤에 어렵게 잠 들었다.

알람 소리에 맞춰 생신상  음식들 준비...잠이 들 깨서 비틀비틀

커피를 두잔이나 마셨다.

 

정신없이 시간 맞춰 음식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는데....

어찌된 일인지 오전  7시가 넘어서도 시부모님께서 오시지 않는것..

전날 아버님,어머님폰으로,집 전화를 몇번을  해도 받지를 않아서

부모님과 함께 사시는 시아주버님께 남편이 모시고 오라고 부탁을 했는데

왜 안오시나? 집으로 전화를 했다.

부모님은 시아주버님이  말씀을 드리지 않아 모르고 계셨던 것...

 

솔직히 화가 넘 났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준비한 음식들이 몽땅 식어 버린 것..

다시 상을 차려 낼 생각을 하니 ..화딱지가...~~~~

 

이럴줄 알았으면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다는 둥

아주버님은 왜 말씀을 안한거냐...

사사건건  나를 힘 들게 만든다. 하여간 보탬이 안된다..하면서

남편에게 짜증을 있는대로 냈고,남편은 바쁘다며 후다닥 국에 밥 말아먹고 나갔다.

 

큰 아들(시아주버님) 아침 상 차리다가 내 전화를 받은 시어머니

잠시후 아버님과 함께 두분이 집에 오셨다.

어머님은 어머님대로 며느리와 딸이 생일인데도 연락도 없어서 살짝 삐치셨다.

내용도 모르고 섭섭하셨으리라..

"어머니 제가 집으로 폰으로 전화를 얼마나 했는데요.아버님도 안받으시고

나중엔 아주버님이 모시고 온다고해서 믿고 있었어요!"

"아주버님은 무슨 이유로 말씀을 안한건지 이해 할수가 없네요."

 

저번 어버이날엔 인근 도시로 나가서 식사를 사드렸다.

절약이 익숙한 두분은 사먹는 음식값이 넘 아까우셨으리라...

훼밀리 레스토랑이나 조금 비싼 한정식집에서

가족끼리 식사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쩌다 한번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시부모님은 한끼에 10명 남짓 식사비용으로 수십만원을

어찌 아깝다 생각하지 않으실까?

 

부모님 마음을 편하게 해드려야겠다싶어

다시 생신상을 차리기로 한 것..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차리는 상차림의 금액도

그리 적은 금액은 아니다.

이십여년을 두분의 생신을 1박2일 로 치뤘었다.

시댁 가족들이 전날 모여서 다음날 헤어질때까지...

3번의 큰 상 두개의 상차림이 그리어렵지 않았다.

음식하는걸 즐기고, 또 먹는걸 즐기는 나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상을 차렸다.

어머님은 상위에 더 이상 반찬을 얹어 놓을수 없어 반찬 그릇위에 또 다른 반찬을

걸쳐 놓을만큼 가짓수가 많은걸 좋아하신다.

그렇지 않으면 집어먹을 반찬이 없다고 말씀 하시는 분...

평상시에도 먹지 않는 반찬을  몽땅 꺼집어내어 상위에 올려야한다.

 

그러니 나중에 뒷정리할때 쏟아져나온 그릇 씻기며 정리가 만만치 않다.

 

아.....

나이는 속일수 없는건지...

아침 식사를 끝내고 정리하고  부모님,시누이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잠이 어찌나 쏟아지는지...

나중에는 두통이 시작 ...속까지 좋지 않았다.

점심엔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려 했으나,

두 아들들은 출근하고,비는 쏟아지고...

점심상 냉면을 만들려고 했더니, 시누이가 비가 오니 수제비를 끓이면

어떻겠냐고 하길래 수제비를  끓였다. 하지만   난 먹을수가 없었다.

수제비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잠이와서 그대로 옆으로 넘어갈 정도..

오후가 되어 부모님은 집으로 가셨다.

남편에게 전화..

퇴근후 그냥 오지말고 부모님 모시고 나가서 저녁 사드리고

용돈드리고 오라고 하고는...

저녁이고 뭐고...그대로 약 한알 먹고 쓰러졌다.

 

입맛도 없어서 하루 꼬박 이상 지났을때 죽을 먹었다.

 

이제 꾀가 나는걸까?

이제 힘이든다. 시부모님이 섭섭해하셔도  나가서 사드리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며느리가 나 혼자이고 시어머님은 팔순을 바라보신다.

내 역활이 점점 더 크지고 있다.

외동아들의 하나 있는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인 남편과 결혼했지만

어쩌다 보니 맏며느리 역활을 맡았다.

"내가  다음부터는 나가서 드시자고 하면 부모님이 많이 섭섭해할텐데

시누이가 말좀 해주면 안되나...그래도 며느리보다 딸이 말해주면 좋을텐데."

 

어제도 마당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오늘 출근했더니

온몸이 누군가에게 맞은듯 아픈 몸..

 

 

..

몸이 낡아지는건가요?

아니면 정신력이 약해져서 그런건가요?

또 아니면 이제 꾀가 나서 그런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