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mory story

엄마의 담임선생님을 만나 큰 감동 받은 막내딸^^

다희풀잎 2012. 11. 11. 22:11

 

2012년  11월 10일..

삼십여년 만에 초등학교 5학년 한학기..

담임을 맡으셨던..

그리운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전날 설레는 맘으로 잠을 설쳤고, 이른새벽 6시에 준비를 하고

막내와 열차를 탔습니다...

선생님을 만나면 무슨 말부터 꺼내야하나.......

막내도 집을 떠나기전 선생님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하지?

하면서 연습을 하더라구요.

저처럼 마음이 설렜나봐요...

 

 

넓은 서울역 대합실....

마스크를 하고 계셨지만,

단번에 선생님을 알아볼수 있었습니다..

^^

머리는 백발로 변하셨지만, 키는 여전히..^^스몰사이즈...

 

맛나게 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30여년만에 만난게 아니라, 마치 며칠전 만나고 헤어진것같은 느낌이였습니다...

전 철부지 소녀로 돌아가 있었지요...

 

선생님께선  우리를 만나면 뭘 할지  스케줄을

준비해오셨다며...막내를 데리고  교보문구에 가셨습니다.

손수 책을 골라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큰 감동에 코끝이.....시큰..

 

 

막내에게 어떤 책이 좋을까? 며칠전부터 생각을 하셨답니다..

선생님은  어린시절 그때도 이런 분이셨습니다.

사랑과 배려가 넘치는 분이였지요..

메모를 해오셔서 일일이 책을 찾아주셨습니다..

책을 골라주시면서도 책에 대한 설명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왜 이책이 좋은지..

 

 

 

 

 

 

막내가 화장실을 가면..혹시나 넓은곳에서 길을 잃을까..

아기  대하듯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손을 꼭 잡고 오시고,

서울역 도착부터 헤아질때까지..

뭘 먹을때를 제외하곤 손을 꼭 잡고 다니셨습니다.

"손이 참 따뜻한걸 보니,마음도 따뜻하겠구나." 하시면서...

 

 

 

 

제 책도 두권사주셨어요..

"어쩌면 책이 어려워, 읽는 속도가 늦을지도 모르지만,정말 좋은책이야.

네가 꼭 읽으면 좋을 책이란다."

 

 

 

막내의 책...

 

선생님의 세심함을 한번 더 느낄수 있는 영어책..

 

 

 

 

중1여학생이기에 딱딱한 책보다..

일기형식의 영어책...

호기심에 재미있게 읽을수 있을거라고 골라주셨습니다....

막내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선생님이라기보다 한번도 뵙지못한 외할아버지의 느낌이라고...

 

 

헤어질 시간...커피를 마시다가 선생님께서 사라지셨습니다...

 

 

 

 

 

가게에서  열차타고 가면서 먹어라고  과자와 음료수를 사오셨더군요....

부족한 제자를 이리 챙겨주시네요..

 

 

 

 

선생님께서 가게 점원에게

중학다니는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음료수를 물었더니,

이 음료수를 많이 사간다고 했다며

"취향대로 먹으면 더 좋지 않겠어. "라고 사온신 것...

어린 여학생의 취향까지 염두에 두시고 ..

 

선..생..님...

 

 

 

 

 

선생님이 사주신 과자와 음료수를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아까워서 먹지를 못하겠더라구요....

하나도 먹지않고 그냥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과자의 유효기간이 있으니 언젠가는 먹겠지만,

지금은 그냥 책상앞에 두고 선생님의 인자하시고 따스한 마음을 더 느껴보고자 합니다....

 

"엄마. 선생님 넘 좋아."

"엄마도."

 

검은 머리카락은 한올도 없이 모두 백발이 된 선생님...

하지만 제 눈엔 삼십여년전 선생님의 모습,목소리,미소,마음을

보았습니다..

헤어질 시간이 되니 얼마나 아쉬운지...

오래 서 계시면 힘들 선생님 마음을 헤아려야하지만...

잠시라도 더 선생님 손을 잡고 있고 싶은 마음...

 

초등학교 5학년때 한학기만 담임선생님으로 계시다 교육청으로 가셨는데,

긴 세월 동안 선생님을 잊지못하고 내내 보고싶어했던 이유를

알았습니다..

언니 오빠들이 모두  대도시의 학교로 공부한다고 떠나 외로워했었고,

한학년 한반에서 공부한 오빠가 공부를 넘 잘해서

나와 늘 비교되어 자신감 결여.. 소심해 있을때,

뭐든 잘한다고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신 선생님의 격려에

저는 더 잘하려고 노력했고, 선생님 앞에서 밝게 웃을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보낸 반 학기가 저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지금의 제가 이렇게 당당하게 나름으로 열심히 생활해나가는것은

그때 선생님이 제게 불어넣어주신 용기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습니다..

 

 

 

 2학기에 저희를 두고  곁을 떠난다고 했을때

선생님과의 이별에 몇날며칠 울었던기억은

지금까지 또렷하게 제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지금까지

앞자리에 앉아 큰 눈을 껌벅이며 선생님을 바라보던 제 눈망울을 기억하고 계신다는

선생님...

 

30여년전이나,지금이나,,,선생님은 제게 넘 고마운 분이십니다.

사랑합니다..선생님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선생님을 계속 뵙고 싶습니다..

 

 

 (저는 복 받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