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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는 356일 먹어도 좋다.

다희풀잎 2013. 6. 3. 12:45

       
      언제부턴가 지인들을 만났을때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할머니의 손맛으로 만든  토속적인 음식들이 먹고싶다!..

       

      사실 나는 할머니의 밥상을 맛 본적이 없다.

      집안의 막내인 나는 초등학교때 벌써 할머니께서는 아흔을 훌쩍 넘긴 나이셨다.

      일찍 세상을 떠난 엄마의 빈자리는 새엄마가 계셨지만

      새엄마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살다오신분이여서 음식들은 고춧가루가 들어가지않은

      우리토속적인 음식들과는 차이가 많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어린시절부터 시골 밥상에서 맛보는 토속적인 음식들이 좋아서

      어쩌다  가족들과 고급스런 식당에서 외식을 하고와도 뭔가 부족한듯한 느낌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학교 도시락 반찬도 계란말이나 소세지보다 된장이나 고추장속에 넣어둔 무우나 고추가 훨씬 좋아서

      친구들 장아찌는 단골로 내가 뺏어 먹곤했다.

       

       

       

       


       

      어린시절 자주 아팠던 엄마..

      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전 외가에서 보낸 날들이 많았다.

      산골 오지두메산골에 외가가 있었는데

      마당에서 멍석깔아놓고 쑥 향기맡아가며 먹던 콩가루가 덤뿍 들어간

      손국수맛을 지금도 기억한다.

      쑥 연기피어오르던  마당의 추억

      초등학교 1학년때 엄마가 돌아가시고 외가와도 점점 멀어졌지만,

      이모와 외숙모가 차려준 밥상을 잊지못한다..

       

       

       

       


      남편와 국수

       

      남편은 국수를 싫어한다고 했다.

      작은 소도시 나름 중류이상의 경제적으로 윤택한 가정에서 자란 남편..

      시어머니께서 땅 욕심이 많아서 재산 더 불린다고 한동안 국수를 삶아 주었다고 한다.

      남편이 밥 먹고싶다고 국수는 그만먹자고 사정했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나는 365일 밥 안먹고 국수만 먹어도 좋은 사람이기에...

       

      처음 신혼에 국수를 삶아내면 자신은 국수를 싫어한다고..과거 이야기를 꺼내곤했다.

      지금은 국수를 좋아하는 세모녀덕에 군말없이 국수를 먹어야하는 남편이 되었다.

       

       

      나와 두딸들은 삼시세끼 국수만 먹어도 좋아라 한다..

       




      전에는 국수를 삶으면 고명을 이쁘게 만들어 올려서 맛도 보고 눈으로도 즐겼지만,

      이제는 어린시절 외가에서 먹던 국수를 끓여낸다.

      멸치국물에 콩가루가 들어간 국수에 아무렇게나 던져넣은 배추잎..

      칼로 썰지도 않고 손으로 뜯어 넣는다.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국수 한그릇에 넘치는  행복한 마음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