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umsy love

앨범에 단체사진아니면 혼자찍은 사진이 많은 이유는?

다희풀잎 2011. 7. 16. 11:40

 

 

 

 

 

남편과  오랜 세월 친구로 지내왔지만,

친구로 지내는 동안 함께 찍은 사진들이 많았지만,

현재 내  앨범엔 결혼 이전 남편 사진은  성당에서 단체로 찍은 사진들만

남아 있다..

 

1984년 12월 성당친구 7명은 도보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코흘릴때부터 성당을   같이 다니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서로 지켜보며 .지낸 오누이같은 관계였다..
그 겨울이 끝나면 남자친구들은 모두 군대를 가기때문에..
군대 가기전 어쩌면 우리들 마지막 추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계획을 잡았다..
잠도 길에서 자고 마냥 걷는 
여행....고생의 여행길,혼자 묵묵히 언 길을 걸으며 생각에 빠진 여행..


그 당시 나는 점퍼나 파카같은옷이 없어서...

오빠 옷장에서 오리털 파카를 슬쩍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이 도보여행의 기억들은 
살면서  어렵고 힘든일이 닥칠때마다 이겨낼수 있는 큰 힘으로 작용했다..
그전까지는 우물안에 개구리마냥 내가 그어둔 울타리안에서 벗어나지를 못했었고,
한 겨울 길에서 잠을 자면 얼어죽을줄 알았고,
캄캄한 길에 외진곳을 걸으면 위험한일이 생길거라 생각해서 어둠이 있는곳에는
가질  않았다.

 
하지만 길에서 텐트치고 잠을 잤지만 얼어죽지 않았고,
강 얼음을 깨고  머리를 감았지만, 감기걸리지 않았고,
수상한 사람들이라는  주민의 신고로  경찰서까지 갔지만 떨지 않고 당당했었다..

그 여행을 다녀오고 난뒤 난 세상 어려움은 뭐든 이겨낼 자신감으로 가슴이 뜨거웠다..
지금도 분명 자신있게 말하지만,
그 여행은 남자친구들과 함께 했지만, 어른들이 우려하는 그 어떤일도 생기지 않은
당당한 건전 여행이였다... *^^*

 

여행에서 돌아온 뒤 남자친구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명씩 군대를 갔고,
나는 남은 학교생활에 충실하며 생활을 했는데..
남자친구가 생기면서..그 여행은 비밀이 되고 말았다..
그때 추억의  사진들은  독사진만 빼고 모두  없애버렸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그냥 그래야만 하는게 당연하다 생각했던것이다.
(그때 함께 떠난 친구는  나와 여자친구 한명..나머지5명은 남자친구였다..)


 
몇년의 세월이 흐른뒤  그때  함께한 내 여자친구와 남자친구 한 명은 연인으로 발전했고,
나와 다른 친구들은  바쁜 생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었다..

나는 직장생활을.. 군대 다녀온 친구들은 학업과 취업준비로 바빴다..
인연은 따로 있는건지...
연인으로 발전한 두 친구는 이별을 했고, 여자친구는 다른 상대를 만나 결혼을 했다..
다른 상대를 만나지 못한 남자 친구가 지금의 내 남편이다..
오래전  함께 한 여행을 웃으며 이야기 할수 있게 되어 서로의 앨범을 보게 되었는데,남편 앨범에서도
그때 그 여행 사진들은 남편 역시 독사진을 제외하곤 한장도 없었다..
같이 여행을 떠났던 남자친구들에게 우리는  단체 사진이 없으니 한장 달라고 했더니..
그 친구들 역시 그 사진들은 없다는게 아닌가?
하나같이 그 추운겨울 도보여행의 추억들을 묻어버리려 한것이다..
^^;;

 

우리는 열심히 연애을 하다가 이별을 하고 또 다른 상대를 만나면,
그 전의 기억들을 모두 버려야한다는 의무감이 있는건지..
사진이며 주고받은 모든것을 없애버린다..
그것이 또 다른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앨범가득...동성친구들과  찍은 사진만 가득하다...

 

앨범을 증거로만 본다면...
나는 ..
남편을 만나기전에는 애인이  전혀 없었다!


*^^*